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음원 저작권 활로와 수익배분 문제는 물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음악 유통권을 두고 '치킨게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컷뉴스에서는 연속기획으로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진단 한다. [편집자 주][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
③ 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
⑤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주요 저작권 기관을 비롯해 대형 기획사인 SM, YG, JYP, 인디음악 큐레이터 서울소닉 등과 계약을 하면서 한국 음원을 대거 추가해 선보였다.
애플이 별도의 공지 없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업계는 다소 놀라는 눈치다. 아직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애플뮤직이 폭풍을 일으킬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앞서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애플뮤직과 7월 초 계약을 끝냈다. 협회 박성민 팀장은 "애플뮤직이 글로벌 기업이기는 하지만 멜론이나 벅스, 지니 등 국내 음원 유통사들이 워낙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이를 뚫고 애플이 자리를 굳힐 지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음원 인접권자들에게는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애플뮤직의 영향력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일부 뮤지션들은 그동안 국내 대형 기획사나 음원 유통 업체들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빚어왔다고 꼬집었다.
한 뮤지션은 "음원 수익은 뮤지션에게 생존은 물론 음악을 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인데, 일부 인기 스타 위주로 편성되는 방송이나 음악차트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해외 서비스 시장에 대한 요구가 K팝 인기 영향으로 커질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뮤지션들이 많다. 애플뮤직의 글로벌 서비스에 자신의 노래가 실리는데 반겨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작곡활동을 겸하는 또 다른 뮤지션은 "애플뮤직이 한국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해외에서 인기 있다는 K팝 역시 소위 잘 나가는 스타급이나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음원들이 대부분이다"며 "국내 유통사들과 애플뮤직이 다른 점은 다양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이 강점이어서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부류의 뮤지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뮤지션은 그러나 "여전히 국내 뮤지션들의 수익은 주로 국내 음원 유통사 등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큰 기대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바른음원협동조합 관계자는 "아티스트, 기획사, 유통사 입장에서는 애플뮤직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물건을 국내 대형 마트 2~3곳에만 유통하다 글로벌 대형 마트에도 유통하게 되면 당연히 매출이 올라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부 국내 음원 유통사들이 애플뮤직에 특정 음원을 유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로엔이나 CJ처럼 플랫폼을 갖고 있는 유통사들 입장에서는 애플뮤직이 경쟁자이기 때문에 자사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음원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자신들만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플뮤직이 '글로벌 서비스'라는 강점이 있기에 결국에는 음원이 애플뮤직에 풀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음악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 때문에 음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느니, 아니면 국내 음원 유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은 호들갑에 가깝다"며 "애플뮤직 아니더라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 되어가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한국 음악 시장은 너무 작아서 오히려 애플이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기획사, 제작자 등 창작자 그룹은 좁은 국내시장보다 큰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애플뮤직을 반기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나 CJ E&M과 같은 음원 유통사가 플랫폼을 함께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좀 더 두고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애플뮤직은 플랫폼 경쟁사이기도 하고 글로벌 유통 채널이기도 한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조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에 '조건이 맞으면' 애플뮤직과 손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지 않겠냐"고 말했다. 즉 경쟁관계보다 '공생관계' 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