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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박 대통령 "한미동맹 중요하나 '주변국 소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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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 문제 놓고 지금과는 상반된 언급

(사진=청와대 제공)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대통령이 15년 전에는 '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과도한 대미의존을 경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등 주변국을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13일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16대 국회 시절인 2001년 3월13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당시 김대중정부가 미사일방어(MD) 체계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결국 미국 편을 들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같은 해 2월 한·러 정상은 회담을 통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이 핵무기 비확산의 중요 기반"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를 두고 "한국이 미국의 MD 개발을 우회 반대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고, 대미관계를 우려한 정부는 "MD에 반대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며칠 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

ABM 개발 금지를 규정한 ABM조약은 미국이 추진하던 MD 체계와 상충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72년 소련과 체결했던 이 조약을 2002년 일방 파기했다. 최근 논란대상인 사드도 종말단계 ABM 활용체계로 분류된다. MD체계는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와 전역미사일방어체계(TMD)로 나뉘어 있다가 MD 단일개념으로 통합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 중 하나로 NMD 반대에 대한 오해를 해소시켰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러시아 언론에서는 한국이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신뢰하기 힘든 나라로 여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 안보에 있어서 미국과의 동맹이 가장 중요하지만, 러시아 역시 한반도 주변 4강의 하나로서 남북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며 "일관성 있고 신중한 정책 추진으로 러시아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일련의 사건으로 한·러 간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도 추궁했다. 같은 당 박관용 의원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정책의 효과가 사실상 없어졌다. NMD 문제에 관해서 러시아와 중국 간에 새로운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결과적으로 15년만에 '미사일 방어'라는 동일 사안을 놓고 박 대통령의 말이 바뀐 게 된다. 15년 전에는 러시아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은 최근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했다.

안보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안보를 중시하던 박 대통령이 지정학적 상황변화를 무시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기름통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격"이라며 "그동안 북·중·러를 중시해온 박 대통령도, 몇달 전까지만 해도 '3 No'(요청·협의·결정 없음)로 일관하던 정부도 기존과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수차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이 벌어지기 전과 그 이후는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북핵이 가시화하지 않은 2001년만 해도 미사일 방어 문제는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우리가 당사자다. 그때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금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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