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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만들기 올인한 노무현…반기문은 추모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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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신 인사들 "배신감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2월 26일 청와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박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30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방한 마지막날 자신에 대한 그간의 대선행보 보도가 과대해석됐다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른바 반풍(潘風)에 대선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선 참여정부가 배출해낸 반기문 총장이 여권으로 돌아선데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섰던 2006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노 전 대통령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 멋진 일, 욕은 내가 먹겠다"

2004년 7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 김우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표가 담긴 봉투를 들고 노무현 대통령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라크 내 무장단체에 의해 김선일씨가 납치 살해되면서 초기 대응과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반기문 당시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거세게 일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김형오 사무총장은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박종철 사건처럼 더 많은 축소은폐 의혹이 짙다"고 공격했고, 한선교 대변인은 "뭔가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문이 든다"고 성토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내에서도 반기문 장관 책임론은 기정사실이었다.

사표가 담긴 봉투를 받아든 노 전 대통령은 심기가 불편한 듯 "실장님, 외교부 장관 사표를 가지고 제게 올 꺼면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는 "대통령이 첫번째 사표도 반려한 상황에서 김 실장님은 굉장한 부담을 갖고 집무실에 올라갔다"며 "하지만 대통령은 '외교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사표를 재차 반려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당시는 반 장관을 경질했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그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기문 장관을 전폭적으로 신뢰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4월 동원호 피랍자 석방교섭이 늦어지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협상태도와 함께 떠오른 반기문 장관 책임론을 막아선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최광웅 당시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은 최근 펴낸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닌가? 욕은 내가 먹겠다"며 또다시 경질론을 일축했다"고 적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사무총장 선거 위해 타깃 정상회담도 불사

반기문 당시 장관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는 유엔 사무총장 선거가 본격 시작된 2006년 초에 더욱 도드라졌다. "외교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는 반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관 유임을 결정했고 선거 운동도 적극 도왔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다른 인사는 "선거운동 중에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꼭 반 총장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고 회상했다. 이 인사는 "사무총장 선거 때 가장 약한 곳이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였다"며 "노 대통령은 일부러 아셈회의에 가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요청해 반 총장을 배석시켜 총장출마 사실을 확인시키는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를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았다.

비서관 출신 다른 인사는 "반드시 정상회담을 가질 급박성이 없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 정상들을 일부러 만나면서 반 장관을 배석시켰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반 장관이 사무총장으로 확정됐을 때 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거의 진두지휘하다시피 했으니까 자기일 처럼 기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또 다른 당시 청와대 참모진은 "반 장관이 혹시 부담을 가질까봐 노 대통령은 당선 확정 이후에 '한국의 입장을 강조하지 말고 사무총장 일을 할 수 있게 잘 배려해주시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 "노 전 대통령 추모 메시지도 거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른 반 총장은 이후 참여정부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물론 봉하마을에서 정중하게 부탁한 추모영상 메시지도 거절했다. 2009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여러 차례 방한했지만 노 전 대통령 묘소는 참배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1년 8월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인간적으로 실망했다"고 공개 비판하자 그 해 12월 뒤늦게 묘소를 찾았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1년7개월 앞둔 시점에 방한해 여당 후보로 분류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반 총장에 대한 참여정부 인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정치에 뛰어드는 건 그분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인간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신의는 지켜줘야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반 총장이) 어떤 후보가 되든, 어떤 당을 가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상처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한다"며 "만약 (개인적) 정치 실리를 위해 이를 훼손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절대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서관 출신 인사는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놓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개인적으로 정치적 도리를 다했는냐 안했는냐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하고 그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참여정부 관계자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 정상회담 때마다 반 총장을 꼬박꼬박 챙겨 선거운동을 해준 건 맞다"며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반 총장의 최근 행보가 서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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