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 동행한 박종운 전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경경련) 사무총장. 연합뉴스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를 밀착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종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경경련) 전 사무총장의 과거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종운 때문에 열받았다. 사람들이 잊어버려서 꼭 기억하라고 방송마다 얘기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박종철 열사가 왜 고문을 받았나. '선배 누구의 행방을 대라' 이걸로 고문을 한 것"이라며 "그때 박종철 열사가 끝까지 (행방을) 대지 않고 숨기다가 숨졌는데, 그 사람이 박종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총장이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해 경기도 부천 지역에서 제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사실을 전하면서 "지금 김문수 후보 수행실장으로 따라다니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실제 박 전 총장은 지난 11일 김 대선후보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선후보 등록을 할 때 환한 표정으로 동행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 전 의원의 비판을 접한 박 전 총장은 14일 CBS노컷뉴스에 "사실 그대로다. 수배 중이었던 저를 잡으려고 제 후배인 박종철 열사를 잡아다가 고문살해했다"며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졌다. 곧 이어 사회주의권 (안에 있는) 국민들의 분노 속에 사회주의도 무너지고, 사회주의의 민낯이 남김없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저는 2단계 혁명론을 접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그 후 사회주의 노예체제의 길을 걷거나 그와 명확하게 절연하지 않으려 하는 옛 동료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종철 열사. 연합뉴스박 전 총장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학생운동을 하던 그는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자로 지목되면서 경찰에 수배됐다.
당시 경찰은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 열사를 연행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했고, 취조 중 끔찍한 물고문으로 박 열사는 사망했다.
이 사건은 그해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이후 직선제 개헌으로까지 이뤄졌다. 박 전 총장은 이듬해(1988년) 박 열사의 형 박종부 씨에게 편지를 보내 민주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박 열사 부모는 아들을 대신해 박 전 총장을 양자로 맞이하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수배령이 풀린뒤 박종철기념사업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1990년대에는 '꼬마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페이스북 캡처그러나 이후 박 전 총장은 민주화운동 당시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해왔다. 박 열사의 서울대 선배이자 동지였던 그는 2000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했다. 이후 경기 부천 오정 지역구 총선에 3번 출마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이런 행보로 자연스럽게 박 열사의 유족이나 과거 운동권 선후배들과는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김문수 후보와는 1980년대초 그가 연 서점에 박 전 총장이 자주 들려 교류가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총장은 1990년 김 후보와 민중당 창당 작업을 함께 했으며 경기도 산하단체인 경경련 소속으로 보좌 역할을 맡았다.
2020년에는 김 후보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기도 했으며, 김 후보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박종운이 박종철 열사의 형님에게 보낸 편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6월 민주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018년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총장의 보수 전향 정치 활동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우 위원장은 "이 분(박 전 총장)이 당시 그 당을 선택하고 갔을 때 박종철 씨 유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너무 깊었다"며 "내 아들을 죽인 사람들과 같은 진영으로 갔다고 하는 상처가 있어서 되게 힘들어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종운 씨 본인은 정치적 선택의 자유라 주장할 수 있겠지만 박종운 씨나 우상호 같은 사람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 (동지의) 죽음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저는 이한열 열사의 가족이 싫어하는 일을 할 수 없다. 종운이는 종철이를 생각하면 차라리 정치를 안 하든가, 그냥 다른 일을 하고, 종철이를 기념하는 사업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당시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는 "한 시기에 옳은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옳은 삶은 산다는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을 접한 박 전 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상호 의원 말에 동의 못 한다. 저는 민주화 운동 배신한 적 없고 사회주의 반대가 변절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생각의 차이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저는 종철이 죽음을 지고 가는 대신 올바른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 전 총장은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 후에도 박 열사 추도식에는 참석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8년 서울 관악구에서 열린 '박종철 거리' 선포식에도 참석했다가 조용히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