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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학벌 없는 세상? 이제 문제는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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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학벌 없는 사회’ 18년 만에 문 닫는 이유

- 학벌도 부모 돈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
- 개인의 경쟁력으로 부모세대 격차 따라잡기는 이미 불가능해져
- 모든 것이 경제적 자본에 의해 규정되는 세상
- 재벌의 로비에 부응하는 정부의 모습
- 시민사회가 자본의 독재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비판적 안목 가져야
- 자본권력을 국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민의 자각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2일 (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홍세화(장발장은행장)

◇ 정관용> 1998년에 문을 열어서 18년 동안이나 운영돼 오던 시민단체 하나가 바로 얼마 전에 스스로 문을 닫았습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한번 소개해 드린 적은 있는데 ‘학벌 없는 사회’라는 단체예요. 왜 문을 닫았을까요? 지금 이제 우리나라는 학벌 없는 사회가 이루어졌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를 역임하셨던 분인데요. 여러분 잘 아시죠?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로 유명하시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입니다. 장발장 은행 은행장을 지금 맡고 계신데요. 홍세화 선생님을 오늘 특별히 초대했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홍세화>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건강하시죠?

◆ 홍세화> 네.

◇ 정관용> 1998년. 정말 오래됐네요. 학벌 없는 사회.

◆ 홍세화> 거의 18년 됐죠.

◇ 정관용> 처음에 이거 누가, 왜 만들었죠?

◆ 홍세화> 아, 처음에 한국의 학벌 문제가 기득권 구조에서 아주 막강하게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니까 명예, 돈, 권력 이 모든 것에 학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 그 기득권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성숙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주로 인문학 공부하신 분들이, 가령 지금 전대 철학과에 계신 김상봉 교수라든지..

◇ 정관용> 김상봉 교수가 제일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하셨어요?

◆ 홍세화> 그렇죠. 산파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연세대에 계신 홍은 교수라든지 이런 분들이 같이 뜻을 규합해서 ‘학벌 없는 사회’를 출범을 했었죠.

◇ 정관용> 98년?

◆ 홍세화> 네, 98년도요.

◇ 정관용> 선생님 그때는 프랑스에 계셨죠?

◆ 홍세화> 저는 아직 프랑스에 있었고요. 그래서 2002년 2월에 제가 귀국을 하는데 귀국하면서 바로 만나게 됐고요. 그래서 그 해에 제가 같이 공동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 정관용> 몇 년 동안 하셨어요, 대표를?

◆ 홍세화> 한 5년간. 그래서 노무현 정권 5년하고, 후보시절에도 토론회도 같이 했었던 적이 있었고요.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처음 만들 때 프랑스에 계시면서도 소식은 듣고 계셨던 거죠?

◆ 홍세화>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귀국하자마자 ‘이거 대표 해야겠다’?(웃음)

◆ 홍세화>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대표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 정관용> 그러니까 이 단체의 취지와 너무.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럽은 거의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고.

◇ 정관용> 평준화되어 있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 홍세화>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면모를 봤기 때문에 더욱, 한국의 이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열화 문제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신분제잖아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태어날 때 신분이 결정됐다면 이제는 18살, 19살에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가에 의하여 거의 신분이 결정되는 이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죠.

◇ 정관용> 파리는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쭉 있잖아요.

◆ 홍세화> 그렇죠. 파리에 13개 대학이 있는데 전부 파리대학교죠. 그래서 1대학부터 13대학까지 번호를 붙여놨는데.

◇ 정관용> 그 졸업생들이 자기들끼리 ‘우리는 1대학 출신이니까 최고야’ 이런 거?

◆ 홍세화> 그런 거 없죠. 1대학이 더 낫다는 것도 아니고.

◇ 정관용> 전혀 없죠, 그런 것?

◆ 홍세화> 네, 그런 거 없죠. 그들은 그러니까 대학을 몇 학년까지 수료했냐. 이게 중요하죠.

◇ 정관용> 다 졸업을 안 해요?

◆ 홍세화> 그러니까 그게 졸업이 쉽지 않아요.

◇ 정관용> 맞아요.

◆ 홍세화> 그러니까 그들은 대학 입학은 쉬운데 1년, 1년 올라가기가 무척 어려워서 그들의 이력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다, 다녔다 이게 아니고 대학 몇 학년까지 수료했다, 이게 더 중요하죠.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대학에 입학하면 거의 다 졸업하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죠.

◇ 정관용> 요즘은 좀 대학도 엄격하게 시킨다고 하지만...

◆ 홍세화> 그래도 유럽의 경우하고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까 대학 2년 과정을 2년에 마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2년에 마치는 학생의 비율이 28% 정도입니다.

◇ 정관용> 프랑스의 경우.

◆ 홍세화> 네, 프랑스의 경우.

◇ 정관용> 제대로 시키는 군요, 정말.

◆ 홍세화> 그리고 한번 낙제를 허용합니다. 그래서 3년에 2년 과정을 마쳐야 되는데 그걸 마치지 못 하면 퇴학을 당하는데요. 60% 정도가 퇴학입니다. 그러니까 3학년이 되지 못한다는 거죠.

◇ 정관용>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고 들어올 사람은 쉽게 들어오지만 졸업은 어렵게. 정말 제대로 된 공부를 시키는.

◆ 홍세화> 그렇죠. 게다가 학비도 없는데.

◇ 정관용> 그러니까요.

◆ 홍세화> 우리처럼 학비를 받으면 또 계속 회전시켜야 된다는 것이 있지만 그들은 어림도 없죠. 그 점에서 저희가 학벌 없는 사회를 주창하게 된 배경에는 다른 독점을 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경쟁력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 정관용> 대학의 경쟁력.

◆ 홍세화> 그렇죠. 대학의 경쟁력은 학문의 경쟁력인데 한국에서는 학문의 경쟁력도 획득할 수 없다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죠.

◇ 정관용> 이미 딱 서열화된 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 홍세화> 그렇죠. 들어가는 순간 이미 순위가 결정되어 있는데.

◇ 정관용> 교수들도 그래요, 교수들도. 어느 대학 교수냐에 따라서.

◆ 홍세화> 그렇죠. 너무 심할 정도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학벌 없는 사회는 바로 그런 파리 내지는 독일 이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지 않습니까?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 목표 달성 안 됐잖아요.

◆ 홍세화> 네. 전혀 안 됐죠.

◇ 정관용> 그런데 왜 문을 닫으십니까? 더 가열차게 하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 홍세화> 원래 그래야 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로 자본의 위력이 너무 커진 거예요.

◇ 정관용> 자본의 위력.

◆ 홍세화> 돈의 힘이 너무 강해진 거죠. 그래서 지금은 학벌을 획득하는 것 자체에도 집안에 돈이 없으면 어렵고. 일단 그 문제가 있고요. 그다음에 설령 어렵사리 학벌을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갖는다 해도 당대에 그의 경쟁력으로 부모세대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가난한 집 아이인데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을 갔어요. 그러나 그가 졸업해서.

◆ 홍세화> 획득할 수 있는.

◇ 정관용> 부자가 되긴 어렵다?

◆ 홍세화> 그 격차라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거리가 멀어진. 이런 현실이 너무 뻔하게 드러난 거죠. 요즘 젊은 세대가 더, 일종의 직관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이런 것이 다 그들의 현실을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흙수저 서울대생보다 금수저 지잡대생이 더 낫다.

◆ 홍세화> 그렇죠.

◇ 정관용> 들어보셨어요, 이런 말?

◆ 홍세화>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지금 들어봤습니다만.

◇ 정관용> 맞는 말인가요?

◆ 홍세화> 사실이죠. 지금 그런 상황이 됐죠. 그래서 얼마 전에 서울대생이 자결한 이런 일도 있었고 그것이 아주 상징적 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이른바 스카이(SKY)라고 하는 대학에 오는 학생들 자체의 신분이 집안의 형편이나 이런 것이 이미 다르다.

◇ 정관용> 맞아요.

◆ 홍세화> 과거에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났다 하는 건 이미 지나간, 아주 과거의 옛날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죠.

◇ 정관용> 옛날에 우골탑이라고 불렀잖아요.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 그건 6, 70년대 얘기인 것 같고. 80년대까지만 해도 연세대는 좀 부잣집 자식들이 많이 갔는데 서울대와 고려대는.

◆ 홍세화> 고려대는 특히.

◇ 정관용> 지방 학생들이 많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언제부터 이렇게 급격하게..

◆ 홍세화> 학교 분위기도 그래요. 학교도 거의 기업 같아요.

◇ 정관용> 달라졌겠죠. 당연히.

◆ 홍세화> 학교에 가보면 온통 지하는 주차장이고 그리고 옛날의 캠퍼스의 기분이 안 들고 온통 카페에 식당에 이런.

◇ 정관용> 대형 마트도 들어가 있어요. (웃음)

◆ 홍세화> (웃음) 격세지감이 들죠, 요즘 대학에 가보면.

◇ 정관용> 그런데 그게 그러면 자본의 힘이 그렇게 세졌다. 방금 상징적으로 흙수저 서울대생보다 금수저 지방의 참 작은 지잡대, 이렇게 보통 말하는, 그게 더 낫다. 이런 식의 사회변화가 1998년 그때는 없었다? 그러다가 급격히 생겼다?

◆ 홍세화> 그건 아니죠. 점진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 있잖아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 이것이 하나의 어떤 변곡점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죠.

그다음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더욱더 그것이 강화된 이런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런 거죠. 그러니까 저희가 과거에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이 바로 서열화된 대학에 의하여 권력과 부와 명예를 독과점한다라는 명제였는데 이제는 자본이 그걸 다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죠. 그리고 학벌은 이제 부수적인, 부차적인 그런 그것도 부모의 집안의 돈에 의해서만 거의 결정되는 이런 형편이 되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리고 또 웬만큼 요새 돈 있는 집안들은 해외유학을 그렇게 또 많이 보내잖아요.

◆ 홍세화> 그렇죠. 그러니까.

◇ 정관용> 국내 학벌이 이제...

◆ 홍세화> 학벌만으로도 어렵고 그러니까 더 영어연수라든지. 그러니까 일차적으로 돈이 없으면 헤쳐 나가기가 어려운 구조가 된 거죠. 과거하고는 전혀 다른 환경 자체가 바뀐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혹시 학벌 없는 사회 시민단체 활동은 주로 학자들, 인문학 하시는 분들이 학술적 연구하고 또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발언하시고 하는 것이지만 젊은 학생들의 회원들도 좀 있었습니까?

◆ 홍세화> 그럼요.

◇ 정관용> 대학생도 있었어요?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해산하는, 해결이 전혀 안 됐는데 해산해야 되는 이 슬픈 상황에는 자본의 위력이 강화됐다는 문제의식도 있지만 그것과 함께 내부 동력이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제가 여쭤본..?

◆ 홍세화> 바로 그 문제죠. 학생들이 있어도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이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은 거의 다 말하자면 집안 여유가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알바해야 하고 그리고 대출받아서 학자금 내야 되고 이런 집안의 학생들이.

◇ 정관용> 시민단체 활동할 겨를이 없다.

◆ 홍세화> 겨를도 없는. 그러니까 이 문제의식은 공감하는데 활동을 같이 할 수는 없는. 그리고 집은 좀 여유 있는 학생은 관심이 없는. 이런 내부 동력상에도 참 어려움이 있었던 거죠.

◇ 정관용> 실제로 대학생 회원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고.

◆ 홍세화> 줄어들고요.

◇ 정관용>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그러면 학벌에 대한 인식이 좀 약해졌나요?

◆ 홍세화> 그게 아무래도 집안에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점점 더 중시되는. 마치 이게 좀 너무 비약이긴 합니다만 1848년에 2월 혁명 직후에 프랑스에서 보였던 프롤레타리아냐, 부르주아냐.

◇ 정관용> 파리 코뮌 그 당시.

◆ 홍세화> 그 전이죠. 그 당시에 자기의 경제적 처지를 이제는 그것이 너무나 중요하게 자기 삶을 지배하게 된다는 인식을 점차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정관용> 거의 신분사회화?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하다못해 외모를 가꾸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되고 연수를 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고 이런 거니까 거의 모든 경제적 자본 아닌 다른 자본, 문화자본이든 교육자본이든 이 모든 것이 경제적 자본에 의하여 규정되는 이런 상황이라는 거죠. 하다못해 결혼도 돈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고 이런 풍토가 됐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계층의 이동 자체가 학벌을 통하여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 이것에 지극히 의문부호가 달리게 된 거죠.

◇ 정관용> 학벌 없는 사회보다 이 자본의 무소불위의 위력 앞에 뭔가.

◆ 홍세화> 그것이 학벌이나 이런, 그야말로 과거의 이를테면 중국에서 비롯되고 고려에서도 실시한 과거제도나 이걸 통하여 정말 똑똑한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는, 자본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되는데 그게 거꾸로 된 거죠. 지금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고 오히려 자본이 모든 것을 거머쥐게 된. 그리고 그것이 음서제도라든지 그런 형편으로, 그런 모습으로 뒤집혀진 모습으로,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 정관용> 방금 언급하신 음서제도라는 단어가 요즘 자주 뉴스에 등장했던 게 로스쿨 입학 그 부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아까 옛날 과거를 통해서 똑똑한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그 권력을 가지고 자본의 힘을 누르는. 이런 게 아니라 그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는 고시.

◆ 홍세화> 그것조차도.

◇ 정관용> 고시도 이제 변해서 로스쿨이 됐고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람들의 가정형편을 보면 대부분 잘 산다. 게다가 대법관, 로펌 대표 이런 사람들이 온다더라.

◆ 홍세화> 대물림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그러니까 그야말로, 이게 정말 어떤 피라미드 구조가 과거에 비해서 더 강화된, 그러니까 이동도 안 되고 그러면서 꼭지각은 아주 더 첨예해졌고 아래로는 더 벌려지는. 이런 상황이니까.

◇ 정관용>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 홍세화> 그러니까 과거에 그나마 우리가 개천에서 용 났다, 계층 이동이 가능했다라고 하는 것은 피라미드 구조가 훨씬 커져가면서 아래에 있던 사람도 커진 피라미드의 상층으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피라미드 구조는 크기는 그대로인 채 위로 첨예해지고 밑으로 아주 넓게 되는 이런 구조가 되니까 기존에 위에 있던 사람들의 자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조차 굉장히 경쟁이 심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홍세화> 그러니까 아래 있는 사람이 그 위로 간다? 이건 불가능한 거죠.

◇ 정관용> 그래서 ‘학벌 없는 사회 문을 닫습니다’라는 선언까지는 이 사회의 오늘의 모습에 대한 경종으로 저희한테 아주 크게 들립니다. 그러면 이제 아무 일 안 하실 거예요?

◆ 홍세화> 아니죠. 그러니까 자본을 통제하는 이런, 통제할 수 있는 동력을 시민사회에서 기를 수 있는 그러한 것을 이제..

◇ 정관용> 어떻게?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 홍세화> 그런 것이 가령 재벌문제라든지 그다음에 국가가 그야말로 국가권력이 자본권력에게 지나치게 그야말로 편의를 다 봐주는 이런 식으로 지금 가고 있잖아요. 공공성 파괴되는 문제라든지 재벌 편의대로, 지금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노동법 개혁이나 이런 방향들이 다 재벌의 일종의 로비에 거의 부응하고 있는 이런 모습들인데요. 이런 것이 멈춰져야 되는 건 물론이고 이미 너무 많이 갔죠.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시민사회가 힘을 얻을 수 있게끔 하는 그런 운동과.

◇ 정관용> 그런 운동이 뭐예요? 어떤 운동이에요? 결국은 정치 아닌가요?

◆ 홍세화> 결국 정치의 문제이고 시민사회가 바로 이런 자본의 독재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갖게 하는 이런 거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 한국에 특히 이 재벌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든지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그런 음서제도는 물론이고 그야말로 나라의 공공성, 국가의 공공성 자체를 제대로 살려놓는...

이것이 세월호를 통하여도 우리가 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국가가 달라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마는 정말 절박한 문제죠. 세월호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상황이, 저희가 학벌 없는 사회가 스스로 해산하게 된 이런 문제의식도 바로 그런 절박함이 지금 학벌을 놓고 이럴 상황, 동력도 없지만 이럴 상황 자체가 아니다라는 그런 문제의식이었죠.

◇ 정관용> 재벌을 최정점으로 하는 자본권력을 국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민의 자각.

◆ 홍세화> 그리고 동력과 실천과 이런 것이 필요하게 됐죠.

◇ 정관용> 그걸 만들어내는 일들을 하시겠다?

◆ 홍세화> 네. 그러니까 결국은 이제 우리가 재벌이나 대기업이나 이 자본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일단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국가가 해야 되는 일인데, 지금의 정부는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재벌의 말하자면 일종의 그런 로비에 그냥 부응하는 이런 정도에 머물고 있으니까 반대로 가고 있는 이런 형편이고 지금 사실 언론도 제대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요. 언론의 추락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이거 할 게 너무 많네요.

◆ 홍세화> 그렇죠.

◇ 정관용> 언론개혁도 있고. 방금 말씀하신 정권교체, 이런 것도 필요할 것 같고.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그나마 진보적 정권이라고 했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에도 이 자본권력은 오히려 강화됐거든요.

◆ 홍세화> 강화됐죠.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강화됐다.

◇ 정관용> 그 얘기는 이른바 국가 공공성을 가지고 그걸 기준으로 자본까지를 통제해낼 수 있는 정권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홍세화> 결국 시민의 역량이죠. 시민사회의 역량이고 알렉시 드 토크빌의 말처럼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성숙 정도라는 게 결국 국민의 수준이고 정부의 수준이 그렇듯이 결국 한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사회의 각 부분에서 그런 일이 있어야 되는데 문제는 우리가 언론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렇습니다만 언론이 지향하는 게 진실과 공익인데.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신의 편익이잖아요. 바로 이 문제 때문에도 결국 시민의식의 성숙 정도가 결국은 관건이 아니겠나. 이렇게 보게 되죠.

◇ 정관용> 힘이 있다고 함부로 그 힘자랑 못하게 하는 그게 공공성인데 그게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찌 보면 이건 우리 민주주의의 후퇴 이렇게도 말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정말 구조적이면서도 너무나 광범위한 그런 사회운동 이게 다 필요한데 그러면 학벌 없는 사회라는 단체는 문을 닫지만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이런 형식입니까, 아니면 그건 아닙니까?

◆ 홍세화> 고민을 해야죠. 그건 고민을 하고 그다음에 지금 현재 젊은 세대들이 워낙 전망도 없고 이른바 N포 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럴 만큼 정말 흙수저로 태어난 청년 세대들, 일자리도 없고 정말 전망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로서 참 미안하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한 이런 형편인데 그런 속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이냐에 지금 제가 주로 관심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제입니다. 그런 제도를 통하여, 말하자면 국민에게 지금 성남시에서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수당 같은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이미 스위스에서는 6월인가?

◇ 정관용> 국민투표 한다잖아요.

◆ 홍세화> 국민투표하고 핀란드에서는 지금 TF를 만들어서 정부 차원에서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 정관용> 그 스위스 국민투표에 부치는 구체적 안을 보니까요.

◆ 홍세화> 굉장히 많습니다. 한 300만원 되죠.

◇ 정관용>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00만원.

◆ 홍세화>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냥 갓난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다 준대요.

◆ 홍세화> 네, 대단하죠. 그게 이루어질지 그건 참 초미의 관심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학벌 없는 사회란 단체 문을 닫으며 앞으로 이렇게 할 일이 많습니다. 그 말씀 하신 거군요.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큰일 났습니다.

◆ 홍세화> 네, 큰일 났어요. 할 일은 많고.

◇ 정관용> 선생님 더 건강하셔야 됩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홍세화>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지금은 장발장은행 은행장을 맡고 계신 홍세화 선생님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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