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수주도 절벽인데 발주된 물량마저 취소가 잇따라 조선업계의 불황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노르웨이 선사인 에다어코모데이션으로부터 납기지연을 이유로, 건조중인 2천억원 규모의 해양숙박설비 발주를 취소한다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해당 해양숙박설비는 일명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시설로, 155미터의 배에 수영장과 체육관 사우나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수용 인원은 800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4년 3월 수주한 것으로, 원유 시추시설인 해양플랜트 인근 바다에 정박돼 선원 등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에다어코데에션 측에서는 납기지연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잦은 설계 변경 요구가 잇따라 공기가 지연됐다”며 “저유가 기조로 해양플랜트 시추가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이를 지원하는 설비의 필요성이 감소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에다측과 현대중공업 양사는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중재신청을 한 상태다. 에다측은 ‘납기 지연’을, 현대중공업 측은 ‘잦은 설계변경 요구에 따른 추가 공정 발생’을 납기 지연 이유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측은 지난 26일 발표한 실적발표에 이번 계약해지 사안에 대해 대손충당금 항목으로 400억원 규모의 손실 처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로부터의 발주 취소는 이번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프레드 올센사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씨드릴사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관련 시설 2척에 대한 발주 취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 들어 덴마크 에너지회사인 동에너지로부터 따낸 2천 2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시설에 대한 발주 취소 통보를 받았다.
국내 조선업계가 올 들어 수주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주 취소가 잇따르면서,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3건의 수주, 대우조선해양은 2건의 수주에 그치고 삼성중공업은 아예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하는 등 수주 절벽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