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강진에 따른 공항 폐쇄로 후쿠오카 공항에서 출발해 17일 오후 진에어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여행객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지진으로 피해가 이어지자 인근 지역에서 살던 교민과 유학생 및 여행객들이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는 지진으로 공항이 폐쇄된 구마모토 대신 후쿠오카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발길이 이어졌다.
입국장에 들어오는 이들은 갑작스러운 재난에 놀라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구마모토현의 유후인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A(30·여)씨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진동이었다"며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진 공포를 설명했다.
구마모토 지진 진앙지에서 20km 떨어진 호텔로 회사 워크숍을 다녀왔다는 정동한(46)씨는 "새벽에 심한 진동이 느껴져 일어나 복도로 나가보니 소화전이 다 쓰러져 있고 자판기 안의 물건들이 다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정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고 나 역시 지진 피해를 입는 것 아닌가 두려웠지만 안심을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구마모토 인근에서 살던 유학생 등 교민들도 급히 귀국했다.
인근 벳부시의 한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심연수(22·여)씨는 "새벽에 갑자기 집이 흔들리고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에 책상 아래 머리를 숙이고 대피해 있었다"며 "계속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갑과 여권만 챙겨 나갔다"고 지진 당시를 회상했다.
심씨는 "사람들을 따라 무작정 대피소를 찾아가 이틀 정도 묵었다"며 "유학 생활동안 이정도 지진은 한번도 못느껴봐 너무 두려웠다"고 전했다.
같은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김은지(22·여)씨 역시 기본적인 짐만 챙겨 대피소에서 이틀을 묵다가 겨우 비행편을 구해 돌아왔다. 대피소에서 있는 동안에도 여진이 계속돼 창문이 깨지는 통에 잠을 자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갈 순간만 기다렸다고 했다.
김씨는 "주변 유학생들도 다 집에 돌아간다고 하고 가족들이 너무 걱정해 비행기표를 바로 예매했지만 벳부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고속도로가 통제돼 집에 못가는 줄 알았다"며 "영사관에서 어제 밤에 버스를 구했다는 연락이 와 서둘러 귀국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에서는 14일 밤 규모 6.5의 강진에 이어 16일 새벽 규모 7.3의 추가 강진으로 인해 17일 오후 1시 현재 41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지진으로 한국인의 신체, 생명 피해가 확인된 것은 없다. 주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은 버스를 빌려 구마모토 등 지진 피해 지역에 여행을 왔다가 발이 묶인 재외국민을 후쿠오카로 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