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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저금리와 불황의 이중고…건전성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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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문제 금융으로 전이

(사진=자료사진)

 

NOCUTBIZ
장기 저금리에 세계적인 불황이 겹치면서 국내은행들의 경영 상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A1에서 A2로 한 단계 강등됐고,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신한, KEB하나, 부산, 대구, 전북, 경북 등 6개 은행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등급전망의 하향은 지금 상태가 지속될 경우 12~18개월 사이에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처럼 국내은행의 신용등급이 국제 신용평가사에 의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노컷뉴스 2월29일 '예대마진 바라기' 은행…돈벌이 능력 '사상최악' 참조)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는 은행 수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의 차이)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마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출금리가 5%를 넘을 때는 3%대의 마진도 가능했지만 최근 대출금리는 3%대로 떨어졌고, 대출금리가 낮아질수록 마진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3년 말 기준 총 수신금리(전체 예금 잔액의 평균금리)는 2.19%, 총 대출금리(전체 대출잔액의 평균금리)는 4.72%로 예대마진은 2.53%였다. 1년 후인 2014년 12월 말에는 수신 1.92%, 대출 4.21%로 2.29%, 2015년 말에는 수신 1.39%, 대출 3.54%로 예대마진은 2.15%로 떨어졌다.

2013년부터 2년 새 예대마진이 0.3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수익의 80~90%를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은행으로서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은행의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구조적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0.8%로 떨어져 통계를 작성한 지난 1999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구조적 이익률은 은행의 수익원인 이자이익, 수수료이익, 신탁이익을 합친 금액에서 운영경비를 뺀 뒤 총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일본은 물론, 양적완화를 시행한 유럽, 일본의 은행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고, 최근 이들 국가에서도 은행 부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도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불황으로 세계적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있는 조선, 철강 등의 취약업종에 물린 은행들은 부실 채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무디스도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구조조정 지연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취약업종의 대출금 부실화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정치, 사회적 요인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2만7천99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9년 8.2%(1천851개)에서 2014년 10.6%(2천561개)로 늘었다. 10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부실기업 문제는 이미 금융부실로 전이되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13.99%였던 국내은행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2월 말 현재 13.92%로 석 달 만에 0.07%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본자본비율도 11.37%로 3개월 전보다 0.18%포인트 하락했고, 보통주자본비율은 10.84%로 0.19%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장기화되고, 세계적인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은행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당장 은행의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한 채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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