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가운데 최소 6개 기관이 수요·공급의 변화로 공공적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으나 고용 승계와 인원재배치 등을 두고 갈등이 예상된다.
더욱이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공공성 등을 이유로 반발이 예상돼 통폐합이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31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산하기관 경영합리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엘리오앤캠퍼니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6개 기관은 폐지 대상에 올랐다.
또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테크노파크 등 10개 기관은 역할을 재분배해 통합하고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관광공사 4개 기관은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킨텍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기도체육회 등은 고도화 또는 서비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경기도 관계자는 "2010년 대비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지원은 40% 감소한 반면 인건비는 15% 증가했다"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공공기관이 인건비만 지급하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등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어 경영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존폐기로에 놓인 공공기관들
▲ 폐지대상 6개 기관=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영어마을, 경기농림진흥재단 등 6개 기관은 폐지대상에 올랐다.
용역 결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산·학·연 지원 기능이 경기테크노파크와 중복되고 기초 과학기술 정책연구 기능은 경기연구원으로 이관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은 농식품 유통과 친환경급식 등 주요 기능이 농정해양국이나 민간과 중복된다는 것.
경기도청소년수련원과 경기영어마을은 민간과 경쟁할 수밖에 공공성이 희석됐고 수원시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수원시로 이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 통합·흡수대상 10개 기관=경기중기센터,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은 창업, 판촉, 통상지원 등 기능이 유사해 '경기경제산업진흥원'을 신설한 뒤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경기평택항만공사의 물류부지조성, 임대 등의 사업이 경기도시공사 사업영역이 중복되고 있어 2개 기관을 통합해 경기공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경기문화재단이 기능이 유사한 한국도자재단을 흡수하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경기복지재단에 분산된 정책연구 기능을 경기연구원으로 일원화할 것을 주문했다.
▲ 기능조정 대상 4개 기관=경기대진테크노파크가 경기중기센터 소속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경기신용보증재단이 경기중기센터의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업무를 넘겨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경기도의료원 소속 병원은 의료여건이 열악한 지역으로 확장·이전하고 경기관광공사는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재단으로 설립형태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자체경영개선 4개 기관=중복기능이 없지만 향후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기능 고도화 4개 기관으로 킨텍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기도체육회 등이 분류됐다.
경기도는 용역보고서를 여야연정 실행위원회 산하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에 제출하고 협의회는 최종 통폐합방안을 마련해 오는 5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 기관의 반발과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반발 등으로 통폐합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소규모 기관은 운영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으로 배려를 위해 세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통합될 경우 작지만 중요한 연구들이 효율의 논리에 밀려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도 "효율성을 따지다보면 공공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을 위해 연구하는 기관을 상대로 효율성을 잣대로 놓고 평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지 대상 기관'을 담당하는 상임위도 반발하고 있다.
경제과학기술위 김영환 의원은 "미래의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효율의 잣대로 평가한 것부터가 오류이며 효율을 맹신하다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관들을 진흥원으로 통합시켜 경기도만의 과학기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4년에도 평생교육진흥원과 청소년수련원의 통·폐합을 추진됐지만 경기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