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이제 단 '한 판' 남았다. 이 9단은 4번의 도전 끝에 알파고의 벽을 넘었다. 동시에 "알파고는 완벽했다"며 고개를 떨궜던 그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걸 마침내 증명해냈다. 그가 마지막 5국을 가벼운 마음으로, 또 즐기며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9단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다.
◇ 알파고 약점 파악, 두려움 떨친 이세돌 "5국, 흑돌로 이기겠다" 자신감이 9단은 그동안 철옹성처럼 보였던 알파고를 무너뜨렸다. 알파고의 돌이킬 수 없는 실착에 이 9단은 알파고가 '돌을 모두 거둘 때까지' 그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빛나는 1승이었다.
이대로 '4연승을 이어갈 것' 같았던 알파고가 이 9단에 일격을 당한 것은 이 9단의 승부수에 압박을 당하면서 확률 계산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 9단의 78수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1202대의 슈퍼컴퓨터도 인간을 당해내지 못한 순간이었다.
양재호 9단은 "이 9단이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고 알파고는 그 사이 상변 쪽에 거대한 흑집을 만들 때 백40으로 상변 흑집 깨기에 돌입하는 이 9단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전에 알파고가 10만 가지 경우의 수로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이때까지만 해도 알파고의 우세가 예상됐다.
"이 9단이 불리하다", "4대국마저 알파고에게 내준다"는 예측이 나올때쯤 이번 대국의 승패를 결정한 '운명의 한 수'가 나왔다. 비좁은 흑돌 사이로 '백78'을 끼운 것은 이날 대국의 '백미'였다. 예상치 못한 수에 알파고는 '당황'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 인간아닌 알파고의 인간같은 실수였다. 엉뚱한 수는 83부터 97까지 이어졌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확인케해준 '이세돌만의, 이세돌다운 한 수' 였다.
알파고의 실수를 놓칠 이 9단이 아니다. 결코 방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백92로 흑집 속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이어 오른쪽에서 백집을 크게 내고, 큰 집이었던 위쪽 흑집을 깨뜨리며 우세를 굳혔다. 알파고는 돌을 던졌고 이 9단은 그제야 환희 웃었다.
이세돌 VS 알파고 바둑 대국
◇ "알파고 흔들고 끝까지 버텨라"…쎈돌 한 수로 '맹공격'
이제 15일에 결리는 5국만 남았다. 알파고 약점을 파악한만큼 마지막 대국에 강한 승부욕을 나타냈다.
이 9단은 "이렇게 축하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이 기쁨은 앞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이라면서도 "4국에서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흑으로 이기고 싶다. 백으로 이기는 것보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갚어치가 있기 때문에 거꾸로 이겨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9단은 이어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 데이스 하사비스에게 "돌갈이 할 때 미리 백을 입력해둬라"고 '흑돌'을 못박아,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승패는 이미 결정난만큼, 남은 5국의 관전포인트는 크게 2가지다. 알파고의 약점을 계속 공략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이 9단 역시, 4국에서처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이 9단은 '흉내 바둑'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만큼, 4국처럼 초반에는 1, 3국에서 뒀던 수를 그대로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리고 10수 뒤, 비틀기에 나서면서 알파고의 대처 능력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펴면 이번에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국 심판을 본 서건우 프로 6단은 "알파고가 매일 3만판씩 대국한다지만 4국에서처럼 알파고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마해서 약점을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9단은 그 약점을 파고 들어야한다"면서 "4국에처럼 신의 한 수로 불릴 만한, 생각하기 어려운 수를 보여줄수록 5국 승리가 유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국 해설을 맡았던 송태곤 9단도 "이 9단이 알파고와 4번째 대결까지 펼치면서 점점 알파고에 익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알파고의 약점도 미세하게 드러났으니 5국에서 보다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