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개성공단 조업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보고'에서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 증거자료와 관련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유입과 관련해 증거자료가 있다고 한 발언이 파문이 일자 홍용표 장관은 15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 것으로 와전됐다"며 말을 바꾸었다.
홍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증거자료를 제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설명이 충분치 못해 오해와 논란이 생겼는데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의 발언과 정부의 설명, 이후 불거진 각종 의혹 등을 감안하면 오해와 와전이란 설명으로 파문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개성공단 가동 중단조치 이후에 나온 정부의 발표를 살펴보자. 정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을 통해 지금까지 북한에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그것이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개성공단 자금과 WMD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이틀 뒤인 12일에는 홍용표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거듭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공개할 순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각종 증거자료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4일에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전의 발언을 부연했다.
그러던 홍 장관이 국회에서 돌연 "와전됐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나선 것은 통일정책을 책임진 주무장관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렵다.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는 책임있는 정부당국자의 말 한마디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데 하물며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가 명확한 근거도 대지 못한채 덮으려 한 것은 외교안보 라인의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유입설과 관련한 홍 장관 발언 이후 전문가 그룹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유엔 결의안 위반을 스스로 알리는 자승자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3년 3월 채택된 유엔결의안 2094호는 '회원국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홍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알면서도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 된다.
따라서 홍용표 장관의 이날 말바꾸기는 결의안 위반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거나,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근거도 없이 과장된 발언을 했음을 자인하는 것,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