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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해 입주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서소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내에 설치된 ‘개성공단 기업 종합지원 센터’ 관계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날벼락 같은 정부 발표가 나온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긴급간부회의를 열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신속하고 충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우선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상환 유예·만기 연장 조치를 통해 관련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함께 "금리·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곳은 금융기관인데 어떻게 금융위원회가 기존대출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을 한다는 것일까? 또 '금융당국의 금리와 수수료 문제 불개입'을 금융개혁으로 내세우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어떻게 개성공단기업에 금리와 수수료를 우대해 준다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1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위원회가 지침을 내리고, 민간금융기관에는 금융감독원이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긴급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개성공단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대출금 회수나 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금융권에 협조 요청을 했다.
사상 초유의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만큼 금융당국이 '관치' 논란을 무릅쓰고 개성공단기업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 탓에 존폐 위기에 내몰린 개성공단기업들의 절박한 처지를 고려한다면 금융개혁은 잠시 접어두고라도 지원책부터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문제는 그 대책의 실효성과 진정성이다.
당장 금융당국 협조 요청을 받은 민간금융기관부터 '기존 대출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 금융위원회 발표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1일 "금융위원회가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인 건 알겠지만,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너무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기존 대출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은 돌발상황에 맞춰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 은행과 기업 간에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 기업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최대한 기업을 살리고 성장시키려 애쓰는 건 정부가 아니라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를 전후해 이미 은행 내 중소기업 담당 부문이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나온 금융위원회의 뜬금없는 지원책 발표를 비꼬는 말이다.
금융 지원 대상인 개성공단기업 측도 금융위원회 발표에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성공단기업 관계자는 "대출 만기 연장이야 기업 신용도가 갑자기 떨어지지 않으면 해 주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구조조정 중인 기업에도 신규 대출이 이뤄지는데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개성공단기업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정작 개성공단기업들에 절실한 피해 최소화 방안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현지에서 원부자재와 완제품 그리고 금형 등 이동 가능한 설비를 최대한 남한으로 가져오는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개성공단기업에 허락한 시간은 오는 13일까지 단 사흘이다.
개성공단기업 관계자는 "북한 직원은 출근하지 않고, 남한 직원도 우리 정부 통제로 최소 인원만 드나드는 상황에서 사흘 내에 다 들고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자산을 최대한 반출해야 기업 피해가 최소화하고, 정부의 피해 기업 지원 부담도 줄어든다'고 계속 호소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고 탄식했다.
11일 북한은 끝내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 자산 동결'을 발표했다.
앞서 관계자의 우려대로 이제 개성공단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고 정부의 '생색내기' 금융지원책은 더욱 의미를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