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유일하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거부하기로 해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은 11일 "특별히 이 책을 비치해야 될 필요성을 아직 느끼고 있지 못해서 내부 검토와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관련 예산 30만원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반납하기로 한 학교는 서울디지텍고가 유일하다.
앞서 서울시 교육청은 개학 전에 중학교 335곳과 고등학교 248곳 등 총 583개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을 한 질(전 3권)씩 배포하기 위해, 지난 5일까지 11개 교육지원청을 통해 해당 학교에 30만원씩을 내려보냈다.
583개교는 전체 702개 중고교 가운데 이미 자체 예산으로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한 119개 학교를 제외한 제외한 숫자다.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찬양하거나 독립을 방해하고 수탈·강제동원에 앞장선 것으로 파악한 4,389명의 친일행적을 수록해,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을 샀다.
서울시 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배포는 서울시 의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교육감이 결정한 사안으로, 각 학교가 해당 예산을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김재환 과장은 "학습 자료로 구입하도록 내려 보낸 목적경비이므로, 도서 구입 여부를 학교가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드시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해야만 하는 예산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의회는 2014년 12월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서울 시내 중고교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 1억7500만원을 증액 편성했다.
서울디지텍고는 2014년 1월에 친일·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채택한 학교다.
서울디지텍고 관계자는 "근현대사 전까지는 비상교육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고, 근현대사 부분부터는 (교학사와 비상교육 교과서) 두 개로 토론식 수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