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의심물체 발견된 인천공항 화장실. (사진=황진환 기자)
경찰은 인천국제공항 '폭발물 의심 물체' 발견 사건은 전문가의 소행이 아닌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CCTV와 지문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사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정성채 인천국제공항경찰대장은 1일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이 '모방범죄'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폭탄 모형물이 너무 조잡해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제폭탄의 경우 폭약, 기폭장치와 함께 이를 감추는 위장 케이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폭약과 기폭장치는 발견되지 않았고 위장케이스도 없었다. 다만 부탄가스통 2개와 기름통이 테이프에 묶여 종이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성채 경찰대장은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의심 물체'는 폭발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종이상자에서 발견된 아랍어 메모지에 대한 조사도 본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일단 메모지에 적힌 문구는 '아랍어 능숙자가 쓴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메모지 문구는 "알라가 알라 처벌 알라"로 '알라'가 여러 번 들어간 데다 내용도 '신 처벌 신'이 되어 문맥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또 아랍어권에서 '신' 앞에는 보통 '자비로우신'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 표현도 없다.
경찰은 '아랍어 메모 문구'를 아랍어학회와 한국이슬람학회에 보내 문법과 어휘 사용의 적절성과 컴퓨터 번역기 이용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경찰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모방범죄'로 보고 있지만,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성채 경찰대장은 "화장실에서 채취한 19점의 지문 가운데 17점을 신원 조회해 3명을 조사했지만, 혐의점이 없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2점의 지문과 폭발물 의심물체에서 나온 지문을 토대로 신원 확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지금까지 화장실 출입문과 부탄가스통, 포장용 테이프 등에서 채집한 지문 가운데 외국인의 것은 없었다.
CCTV 분석도 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1층 입국장 CCTV 가운데 84대의 동영상 녹화분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를 위해 16명의 전문 분석 요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확보한 녹화분이 대량인 데다 화질도 좋지 않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또 현장에서 수거한 과자 포장 상자와 부탄가스통, 생수통 등에 대해서도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