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는 29일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하면서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핵심 증거로 채택했다.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이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지에 이 전 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을 기록한 '성완종 리스트'의 증거능력도 인정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정에서 한 진술만 증거로 인정되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라도 신빙성이 입증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성완종이 기자에게 먼저 녹음을 요청했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정치인들의 실명과 액수를 거론하고 있어 수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질 수 있음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자로부터 정권창출 등에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성완종이 금품 공여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데, 문답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명예를 중시한 성완종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진술과 성 전 회장의 차량 통행기록 등을 종합해보면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오후 4~5시쯤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단독 면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금품 공여 진술과 함께 비서진들의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보고, 사건 당일 3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이 경남기업 본사 재무담당자를 거쳐, 운전기사, 수행비서 순으로 전달됐다고 봤다.
이렇게 전달된 돈은 최종적으로 수행비서가 후보자 사무실에서 이 전 총리를 독대하고 있던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때 이 전 총리가 문제의 쇼핑백을 건네받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던 성완종으로선 재보궐 당선이 확실시되는 피고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본인 스스로도 품앗이 관행을 언급하고 있다"며 선거자금 3000만원을 대가성 있는 금품이라고 해석했다.
또 "당선 후 원내대표가 된 피고인은 성완종으로부터 형사재판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구명요청을 받은 바 있다"며 "성완종 사망 이틀 후 피고인은 성완종의 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왜 자신을 원망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이 전 총리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중진 정치인임에도 3000만원의 음성적 정치자금을 수수해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죄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다만, 그동안 국가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