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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고립 제주공항…건강 악화 체류객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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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감기, 노인 허리병에 공항의원 북새통…운항중단 연장에 공황상태 빠지기도

 

사상 유래없는 한파와 폭설에 제주공항이 사흘째 마비된 가운데 운항중단 기간마저 또다시 연장돼 고립된 관광객 8만여명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숙박시설도 잡지 못해 제주공항 안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체류객 3천여명은 또다시 맨바닥에서 하룻밤을 더 지새워야 한다는 생각에 허탈해하고 있다.

원래 지난 23일 오후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김기홍씨(42·서울시)는 뜻하지 않은 기상악화에 현재 사흘째 제주공항에서 노숙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함께 여행 온 아내도 추위에 몸이 불편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세살배기 아들.

40시간 이상을 먼지 많고, 건조한 대합실 바닥에서 생활하다보니 서울에서도 없던 감기를 달았다.

그나마 분유를 떼서 다행이지만 기저귀를 공항 안에서 살 수 없다보니 폭설과 한파를 뚫고 제주시내 마트까지 다녀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김씨는 "각종 검색 엔진을 다돌려 숙박시설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제주시내 모든 숙박시설이 100% 차 있는 상태"라며 "국내 관광 1번지인 제주 땅에서 이런 노숙생활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라산 관광을 다녀온 한모씨(64·부산시)도 뜻밖의 고립에 허리병이 도졌다.

바닥에 한국공항공사 측이 제공한 매트를 깔긴 했지만 사흘째 누워 노숙을 이어가다보니 그렇잖아도 성치 않은 허리가 뒤틀렸다.

아내의 손방망이 질을 받고 있던 한씨는 "살다보니 제주에 와서 이런 고생도 해본다"며 "오늘 안에 비행기가 뜨기는 뜨는 거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제주공항 안에 있는 의원은 평소와 달리 이같은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약이 떨어진 고혈압 환자를 비롯해 감기 환자와 허리 환자에 평소보다 5~6배 많은 환자가 몰리면서 간호사 1명과 의사 1명이 이들을 받기엔 역부족이다.

공항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24시간 편의점은 폭설을 뚫고 달려온 식료품이 동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렵사리 삼각김밥과 라면, 도시락이 빈 자리를 채우는가 싶더니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측이 나눠준 빵에 한계를 느낀 체류객들의 발길에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편의점 관계자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입고시켰지만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며 "또다시 요청해도 만들고 배송하는 데 시간이 걸려 이용객들의 요구에 맞추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9시로 계획됐던 제주공항 운항중단 기간이 또다시 연장돼 공항 체류객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지역 날씨가 풀리지 않음에 따라 25일 오전 9시까지 예정됐던 제주공항 운항 중단 조치를 이날 밤 8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무려 50시간 동안 제주공항이 폐쇄되면서 23일 296편, 24일 517편, 25일 390여편 등 모두 천200여편이 결항되는 사상 유래없는 사태가 일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에 따라 제주공항 체류객을 위해 만일의 응급환자에 대비, 구급차를 대기하는 한편 음수기와 휴대폰 충전서비스 등 여객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또 제주도의 협조로 생수와 빵, 모포 등을 제공하고, 버스 20여대를 동원해 체류객의 시내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의 운항이 재개되는 즉시 임시편까지 투입해 수송 인원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지만 1~2일만에 8만여명의 승객이 제주를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27일까지 교통대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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