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인구로 움직인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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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분석, 한국이 주목해야 할 책

 

'경제는 인구로 움직인다.' 이 문구는 신간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모타니 고스케 지음)의 부제이다. "인구 1억명 사수 마지노선은 출산율 1.8(현재 1.42명)" 이 문구는 올해 1월 20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이 두 문구는 일본 경제에서 가장 큰 화두는 인구임을 말해준다.

이웃나라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 디플레이션(deflation) 등의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이 책은 장기 저상장의 초입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꼭 참고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경기(景氣)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人口)의 파도, 즉 생산가능인구의 증감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의 원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 핵심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다
저출산, 고령화, 내수경기 침체 극복 방안은?

일본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세대는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団魂世代)'로 이들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들로 인한 수요의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주택·부동산·건설업계 등은 '경기가 좋으니까 주택이 잘 팔릴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주택의 과잉공급, 즉 '주택시장의 거품'이 발생했다. 주택시장의 활성화 요인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구'의 문제에 대한 간과는 주택, 전기제품, 건설, 부동산 등의 침체를 함께 불러왔다고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은 이야기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가 되어 퇴직한 뒤(고령화), 아이들은 줄어들었고(저출산), 생산가능인구도 그에 따라 감소했다. 다시 말해 생산성이 향상되어도, 경제성장률이 상승해도, 경기대책으로 공공공사가 확대되어도, 인플레이션 유도정책을 써도 지금의 문제에 대한 실효성이 결여된다고 저자 모타니 고스케는 주장한다. 소비인구의 감소는 수요의 감소인 것인데 이것을 배제하고 경기를 회복시킨다거나 경제성장을 목표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노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사태의 본질을 무시하고, '경기순환'으로만 설명하려고 한 것이 일본의 현재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단카이세대의 1차 퇴직→그들의 연소득 감소→그들의 소비 감퇴→내수대응산업의 공급과잉추세→내수대응산업의 상품·서비스 가격 붕괴→내수대응산업의 채산 악화→내수대응산업의 채용 억제·인건비 억제→내수의 감퇴 증가’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경제성장으로 내수가 회복된다는 망상이 위기를 부른 일본

단순히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즉 경제가 성장한다고 내수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책의 저자는 확실하게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경제에 대해서 학계나 언론 그 누구도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바로 핵심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라고.

일본은 전후(戰後) 베이비붐 이후로 생산가능인구, 즉 현역세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점점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경기만 좋아진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라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실제로 국제경쟁과는 무관하게 일본 내에서는 장기적인 내수부진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기본적인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소위 ‘전후 최장의 호경기’를 이야기한다. 1965년부터 1970년까지의 일본 고도경제성장 시대(이자나기 경기)에 이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최고의 호경기라 불렸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 ‘호경기’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일본 거의 전체가 내수부진을 겪고 있었다.

◇ 청년 일자리· 여성 취업 · 관광 활성화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처방은 다음과 같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 둔화 /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세대의 개인소득 총액 유지 및 증가 / 개인소비 총액 유지 및 증가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① 고령부유층에서 젊은 세대로의 자발적인 소득이전 실현 ② 여성 취업과 경영 참가 촉진 ③ 외국인관광객 및 단기체류 관광객 유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카이세대의 1차 퇴직으로 인해 여유가 생긴 인건비를 젊은 세대로 돌리는 노력을 한다면, 내수의 감퇴를 방지하고 끝없는 경비삭감의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혹은 고령부유층이 가만히 앉아서 주가하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의 1퍼센트라도 소비해준다면 일본 국내경제는 크게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울러 ‘불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으로 기업에서 젊은 세대의 고용을 지켜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경기대책은 정부의 일’이라는 사고가 만연해 있어서는 모두가 서로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출생률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 여성 취업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여성이 일하면 아이들이 줄어든다(출생률이 낮아진다)'라는 선입견은 잘못되었음을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맞벌이 수입이어야 아이를 기를 수 있고, 맞벌이를 함으로써 아버지도 육아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 즉 생산자를 외국에서 불러오는 것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원인은 노동력 감소가 아니라 소비자 감소이기 때문이고, 생산력 감퇴가 아니라 내수의 감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소비자’를 외국에서 불러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은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라고 경기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노화를 고려한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않는 이상, 호경기가 오든 불경기로 돌아가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수는 축소되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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