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두고 ‘굴욕 협상’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28일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기 보다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들을 배신한 외교적 담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계 일각에서 위안부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한국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를 세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편집자 주="">편집자>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박종민기자
24년만의 위안부 협상 타결을 두고 한일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와 외교적 담합에 의한 굴욕 협상이었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더해 한일 정부가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평화비) 철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 누리꾼은 “소녀상은 나라에서 세워준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세우고 국민들이 지켜왔다”며, “다음세대에 어쩌려고 이런 협상을 하는 건지..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미래로 못 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한 교회가 위안부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한국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 움직임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제자감리교회(박영규 담임목사)는 지난 1월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을 위한 예배를 드린 이후 지난 27일까지 51주차 예배를 이어오고 있다.
제자감리교회는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 취지문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학대받고 목숨을 잃고 희생당하신 위안부 소녀들을 기리는 기념교회를 세워 그분들을 기념하고자 제자감리교회 당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예배는 동대문교회 천막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대문교회는 현재 서울시 성곽복원 계획에 따라 허물어진 상태다.
동대문교회는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고발했던 故 김학순 할머니가 신앙생활을 했던 교회다. 교회 집사였던 김학순 할머니는 담임목사였던 故 장기천 목사(2007년 별세, 전 감리교 감독회장)의 권면으로 국내 최초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고백하며,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했다.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박영규 목사(65세)는 “위안부 기념교회를 설립하겠다는 꿈은 10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며, “교회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페이스북과 인터넷블로그 등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도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커뮤니티를 만들어놓고 활동하고 있다. 교회 전도사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모 김영분 전도사 역시 매주 정대협 수요시위에 동참하면서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박 목사는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을 위해 뜻있는 이들이 함께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박영규 목사는 “동대문교회가 복원 존치될 경우 그 옆에 부지를 마련해 기념교회를 세우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도 서울시내에 위안부 소녀들의 희생을 다음세대에 전할 수 있는 교회와 역사기념관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현재 한국 위안부 소녀 기념교회 설립 후원을 위한 추천서를 작성해 간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