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듣는 그의 노예였을 뿐이었습니다."
지난 9월부터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사진)의 운전기사로 일해 온 K씨(43)는 22일 CBS 기자와 만나 그동안 김 회장으로부터 상습폭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K씨의 증언에 따르면, K씨는 지난 10월 22일 김 회장으로부터 낭심을 걷어차였다.
K씨는 "회장님 사모님의 부탁을 받고 잠시 회사에 갔는데, 왜 거기에 있냐는 회장님의 불호령을 듣고 서둘러 회장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니, 회장이 다짜고짜 구둣발로 낭심을 걷어찼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일어나 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K씨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다리와 허리 통증이 계속돼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김 회장은 휴가를 허락했지만 얼마 안가 "너 또 까여 볼래?"라는 비아냥섞인 말까지 했다.
◇ 입사 첫날부터 시작된 폭행김 회장의 폭행은 입사 첫날부터 시작됐다.
입사 첫날 K씨는 천안의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장까지 김 회장을 모시고 간 길에, 김 회장의 바지가 접힌 부분을 손으로 펴주다가 정강이를 차였다.
다음 날부터 툭하면 김 회장에게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이거나, 가슴과 어깨를 주먹이나 라이터로 수차례 내리 찍혔다.
K씨가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폭행이 이어졌다.
하루는 창원시 마산 진동면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길에 술에 취한 회장이 운전을 하고 있는 K씨의 뒤통수를 향해 자신의 신발을 한 짝씩 던졌고, 뒷머리를 잡아당겼다.
당시 좁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상황에서 차가 옆으로 빠지면서 사고가 날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하발언도…" 녹취파일 공개입에 담지 못할 온갖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과 비하 발언도 계속됐다.
K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을 확인해 본 결과, 김 회장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욕이 터져 나왔다. 말끝마다 욕을 섞어 K씨를 괴롭히고 있었다.
K씨는 폭행이나 폭언을 들을만한 별다른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K씨는 "김 회장은 자신의 기분이 나쁘면 무조건 화풀이를 해댔고, 거의 습관처럼 욕설을 내뱉었다"고 말했다.
K씨는 "도착지로 가는 길이 새롭거나, 차선을 바꾸거나, 주차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폭언과 욕지거리를 했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도 욕설과 손찌검은 계속됐다. 하루는 한 시간 가까이 폭언과 폭행이 계속됐는데,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 "직전 운전기사는 부모님 욕까지 듣고 그만둬"K씨는 회사 직원들로부터 이런 경험을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말도 들었다. 김 회장의 운전기사들은 며칠은 커녕 하루도 못버틴 기사들도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K씨는 "직전에 그만둔 기사는 김 회장이 자기 부모님까지 욕을 하는 것을 듣고는 일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K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많이 설치고, 울컥 울컥 화가 나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지만, 가족들 생각에 참고 일했다.
그렇게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날 회사로부터 갑자기 "그만두라"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회사측은 "회장님이 싫어하신다는 것을 이유로 삼았다.
지난 11월 말에 퇴사한 K씨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법적대응 검토"…몽고식품 "상황파악 중""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다 보니, 지옥 같은 하루가 몇 년 같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할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또 김 회장 밑에서 일을 해야 할 텐데, 돈 좀 있다고 아랫사람을 이렇게 짐승 취급해야 되겠습니까?"
K씨는 "몽고식품이면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이고, 장인정신으로 나름 존경받는 기업인데, 이런 기업의 오너가 아랫사람이라고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호소했다.
K씨는 김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하고 있다.
K씨의 이같은 증언에 대해, 몽고식품 측은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1905년 경남 마산에 설립된 몽고식품㈜은 간장 제조로 국내 최장수 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초대 고(故) 김홍구 회장의 장남인 김만식 회장은 1971년부터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김 회장의 장남인 김현승 대표가 대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