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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주민 94명의 목소리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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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후쿠시마에 산다:원전 제로를 향하는 사람들>

사진 제공= 교보문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금도 12만명 이상이 피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고 수습은커녕 원인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후쿠시마에 산다:원전="" 제로를="" 향하는="" 사람들="">에는 3.11 사고 당시의 공포, '원전 사고'라는 대재앙이 파괴한 일상, 몸과 마음의 고통이 점점 더 극심해지는 현실이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세세히 드러나 있다. 후쿠시마 현 주민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상을 돌려달라", "원전을 없애고 속죄하라" - 국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외치며 여전히 끈끈히 연대하고 있는 후쿠시마 사람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품고 4천여 명이 원고가 된 집단 소송을 통해 '탈원전'을 이루려는 피난민들, 그 3년 8개월의 기록. 연재중인 <신문 아카하타="">의 '후쿠시마 주민 인터뷰' 중 94명의 목소리를 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후쿠시마 주민의 대부분이 '생업 소송'의 원고다. 변호단 사무국장인 미나기 이즈타로 씨는 법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우리가 맛본 고통, 괴로움을 결코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선 안 된다. 우리 원고단은 원전 사고로 곤란에 빠졌지만, 일본인들이 그 일로부터 명백한 교훈을 얻어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는 세계적 평가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고단장 나카지마 타카시 씨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큰 장애물을 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의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고향을 버린 것도, 국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원전'이라는 거대한 불행의 근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줄곧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후쿠시마 주민 94명은 나이와 직업은 물론 사고 피해의 정도, 피난 상황 등 처지가 다양하고 극복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들 또한 방사능 피해를 두려워하고 구체적인 고난에 직면해 있다. "후쿠시마 여자와은 결혼하면 안 된다"는 폭언이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지에 대한 불안, 타 지역과 사업 거래 두절과 같은 편견, 대대손손 이어 온 가업의 몰락, 불합리한 배상 문제 등 그러나 "원전은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은 모두 같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힘껏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후쿠시마와 주민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문의 답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에 원전이 들어설 때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는지를 후회하고 곱씹는다.

이 '후쿠시마 말' 외츰을 우리가 들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후쿠시마 주민이 직접 말한 '충격 르포'나 '감동 실화'이기 이전에 '국가의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절대 안전하다"던 일본의 원전 안전 신화가 이미 깨졌고 세계적으로 원정을 줄이는 추세임에도 우리 정부는 아랑곳없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불과 6개월 후인 2012년 9월에 경북 영덕군을 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 고시했고, 이를 둘러싼 반대 주민과의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의 권리'를 위해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국민이 목청껏 일깨워야 한다는 현실은 뼈아프다. 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이 슬픔,분노, 고통을 딛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피해자들의 연대와 저항이 얼마나 당연한 인간의 권리인지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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