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남도 동안만 일대 석유 매장 추정지역. (사진=VOA)
북한이 지난 수 십 년 간 석유 탐사를 시도했지만 비용과 장비 부족 등 대외관계 문제 때문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정보 분야에서 수 십 년 간 근무했던 조셉 버뮤데즈 씨는 14일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에 북한의 석유와 가스 탐사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버뮤데즈 씨는 50년 동안 북한의 석유 탐사가 실패하는 3가지 이유로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할수역 문제, 현대식 채굴 장비와 기술 부족, 그리고 비용 부족과 정치적 위험을 지적했다.
버뮤데즈 씨는 첫째 이유로 자원 확보에 매우 공격적인 중국이 대규모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해(서한만 분지)에서 북한과 해양경계선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현대식 채굴장비 판매를 북한에 허용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버뮤데즈 씨는 중국이 자국에 유리한 해양경계선을 북한에 압박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이유로 장비를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중국과 서한만 분지의 원유 개발 협정을 체결했지만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당시 중국 국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서한만 분지에 6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저극적인 개발에 나섰다.
버뮤데즈 씨는 또 석유 채굴 비용과 정치적 위험 때문에 대형 국제 석유업체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도 북한 내 석유 탐사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업체 아미넥스가 지난 2004년 북한 조선원유개발총회사와 북한 전역에서 20년 간 원유 탐사와 개발을 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2012년 계약을 포기했다.
아미넥스는 당시 "예측불가능하고 급변하는 북한의 정치 상황 때문에 탐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아미넥스사는 지난 2004년 북한 내의 모든 영토를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협정을 북한과 맺고 개발에 나섰으나 투자자 유치를 위해 필요한 북한의 지질 탐사결과를 북한당국이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해서 결국 유전 개발이 중단됐다고 2008년 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아미넥스 측은 5만5천 평방 ㎞에 달하는 북한 동해 동한만 분지에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아미넥스는 2004년 계약 당시 북한 동해상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이 40~50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후 탐사 작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에는 몽골 업체인 '에이치비 오일'(HBOil JSC)이 가세해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당시 라선 등지의 유전 탐사를 위해 북한 승리화학연합기업소의 지분 20%를 1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에이치비 오일'은 "그 동안 북한에서 이뤄진 내륙 유전과 가스전 탐사와 관련한 모든 지질과 기술 분야 정보를 분석하는 게 주 업무"라고 밝혔다.
'에이치비 오일'은 나선 지역과 평양 남쪽 분지 지역을 내륙 유전 탐사 우선 후보지로 꼽았다.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과 북한이 지난해 3월 석유가스 탐사 계획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규모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여러 번 제기됐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나선과 안주(평양)분지, 서한만분지 등에서 기초 탐사 결과 유전 발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말 9개 잠재 석유·가스 매장지역을 선정했으며, 한국의 한 보고서는 2002년에 이를 토대로 해저에 580~730억 배럴의 원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버뮤데즈 씨는 2015년 현재 6~7개 외국 업체가 계속 북한과 석유와 가스 탐사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