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 보도국 권영철 선임기자! 오늘은 어떤 얘길 준비했나?= 영화 관련 얘기를 준비했다.
영화 '내부자들'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내부자들'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계는 물론 검찰과 경찰까지 연루된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패의 사슬을 드러낸다.
영화 '부당거래'가 검찰과 경찰 그리고 스폰서의 부당한 거래를 폭로하는 영화였다면 '내부자들'은 더 깊숙히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이 결합하는 뿌리를 드러낸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우리사회는 왜 영화 '부당거래'나'내부자들'에 열광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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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 영화를 소개하자는 건 아닐테고 왜 영화를 주제로 잡았나?=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김현정 앵커는 혹시 영화 '내부자들' 봤나?
▶ 영화는 아직 못봤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 '내부자들'은 일부 봤다.= 원작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가 만화 연재를 중간에 그만뒀기 때문에 미완인데 영화 '내부자들'은 원작에 없는 부분들까지 포함시켜 완성했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는 차이가 난다. 우선 내부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고,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또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 여기에 검사와 경찰관, 그리고 조직폭력배까지 연루되는 사회의 온갖 부패와 비리의 사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은 "영화는 픽션이지만 기시감이 강렬하다"면서 "현실적인 사건이나 사람들, 부조리하고 부도덕하고 염치없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서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 '내부자들'과 '부당거래'가 비슷한 영화인가?= 두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인다.
'부당거래'는 검사와 스폰서와 부당한 경찰의 모습을 담고 있는 반면에 '내부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재벌과 정치권력, 언론 그리고 검찰과 경찰, 조폭까지 연계되는 권력 내부의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부당거래'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경찰, 검찰, 스폰서간의 부당한 거래를 그려낸다. 이 영화는 연쇄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위계층의 부정부패와 검사와 스폰서 문제, 입찰 비리 문제 등 사회의 구조적인 비리를 한꺼번에 다룬다. '김광준 전 서울지검 특수부장의 뇌물수수 사건'이나 검찰의 각종 스폰서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화성연쇄 살인사건도 떠오른다.
<베를린>이나 <베테랑>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영화이고 두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에서, 또 영화가 다루는 소재는 픽션이지만 어디서 자주 본 듯한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영화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회 정의라는 점에서는 '부당거래' 보다는 영화 '베테랑'이 '내부자들'과 더 비슷하다.
영화 '내부자들'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베테랑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경찰관이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재벌3세와 상류계층의 어두운 면을 들춰낸다는 점에서 거대 권력집단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내부자들'의 검사와 닮았다.
▶ 영화가 다루는 사건들이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는 건가?=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의 이면을 알고 있거나 궁금했던 사람들의 느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내부자들'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드라마 '미생'의 원작 만화를 그린 윤태호 작가가 쓴 만화 '내부자들'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이 만화는 작가가 중도에 연재를 그만두면서 미완성이다. 단행본 3권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1권에서 멈췄다.)
웹툰 '내부자들' 책표지
이 원작을 바탕으로 우민호 영화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한국 사회 권력집단인 재벌과 정치권력, 언론의 부적절한 거래와 결탁 그리고 검찰과 경찰 조폭의 연계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만화는 영화보다 더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사실'만을 다룰 수는 없다. 류승완 감독은 "사실만을 다룬다면 그건 다큐멘터리"라고 말했고 우민호 감독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 리얼하고 통렬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우 감독은 "만화처럼 너무 리얼하고 그런 맛으로 영화가 간다면 대중과 거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면서 "영화는 영화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겠다. 영화적이라는 건 기승전결이 있고 캐릭터도 중요하고 좀 더 영화적이고 범죄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 감독은 영화계에서는 "갱스터 영화는 정치얘기처럼 찍으면 재미있고, 정치영화는 갱스터 영화처럼 찍으면 재미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어차피 이 영화는 정치베이스였기 때문에 갱스터 영화처럼 찍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우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책에서 읽은 재미난 구절이 있었다고 소개했는데 검사와 기자가 대화하면서 "왜 검찰이 조폭수사를 경찰에 맡기지 않고 직접하는 줄 아느냐?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하늘아래 조직이 두 개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검찰조직이 상당히 조직을 닮았구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 검찰을 출입한 이순혁 기자가 쓴 <검사님의 속사정="">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임)
▶ '부당거래'나 '내부자들' 같은 일종의 사회고발성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첫 번째는 아무래도 사회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고 임순례 영화감독은 "영화가 아무래도 사회현실과 무관한 것 같지는 않다. 재벌이나 정치권력이나 현실에서 영화같은 일들이 많아지고 하니까 영화를 만들다보면 현실을 감안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언론이나 정치권이 현실을 제대로 비춰주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보니 영화해서 대리 만족을 하는 측면이 있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우민호 영화감독은 "어차피 영화라는 건 시대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상업영화는 뭘하던지 시대의 대중들이 간지러워 하고 답답해 하는 지점들을 건드려주고 긁어주는 그런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정치권이나 언론들에서 대중들의 갈증 같은 걸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영화쪽에서 언론 대신 정치권 대신에 국민들의 가려운곳 갈증나는 곳 이런것들을 달래주고 채워주겠다고 하는 그런 작가적인 욕망 이런 것들이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전에 주류 방송국에서 방영하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영향력을 잃으면서 그 역할과 기대가 일정부분 영화로 옮겨온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들의 상상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동진 평론가는 "영화에 있어서 표현의 수위가 예전에 비해서 어떤 얘기라도 다룰 수 있다. 그것이 정치권력의 얘기던 그 이면의 얘기던 그런걸 다 다룰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면서 "물론 표현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건 상업영화의 틀안에서 예전에 비해서 어떠한 얘기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감독들에게 이러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부여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2013년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가 논란이 됐을때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한국영화의 발전의 추이는 표현의 자유의 신장과 비례해 왔다"며,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는 표현하지 못하는 게 없어'라고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한국영화의 에너지 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네 번째는 영화를 통한 간접적인 카타르시스라도 경험하도록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우민호 감독이 이런 얘기를 했다. "'별장 성접대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 한 장면이 그들의 모든걸 보여주더라, 정말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자들이 얼마나 추악스럽고 섬뜩할 수 있는지 그 한장면을 포기못하고 끝까지 우겨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성제 감독은 "이런 사회성을 고발하는 영화가 이명박 정부 중반이후부터 활성화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마도 영화 '부러진 화살' 이후부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임순례 감독은 "언론이 사회고발이나 그런 기능을 못하니까 관객들의 요구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서 영화 기획자나 제작자들이 그런 요구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다가 종편이 생기면서 더 기승을 부리니까 국민들은 1970년대나 1980년대 신문의 행간을 읽을때보다도 더 언론의 이면을 들여다 볼려고 한다"면서 "뭐가 있을 것이다 거대한 집단의 음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기능이 정지된 것이아니라 완벽하게 퇴행하다 보니까 대중들의 기대심리 이런것들이 영화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가장 빠른 길은 내부고발이 활성화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사실 우리사회가 투명해지고 맑아진데는 사회고발 특히 내부고발이 큰 역할을 해왔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 기록을 공개했던 윤석양 이병,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 비리를 고발했던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단체장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준수 연기군수 등등 기억이 날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이나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문제는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윤석렬 검찰 특별수사팀장의 폭로가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황우석 교수 사건도 내부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벌 내부의 부정이나 비리도 SK비자금 사건이나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처럼 내부자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삼성그룹의 분식이나 비자금 사건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1년 3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돼 신고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내부고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소장은 "법에 의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가치가 돈이나 경제적인 면이의 중심이 되면서 오히려 내부고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문 소장은 "민주화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유가 약해졌다"면서 "젊은이들이나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장면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사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검사가 그것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가 권력집단의 추악한 면을 내부자가 되어서 폭로하는데 현실에서는 검찰이나 경찰의 내부고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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