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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은퇴놀이' 슈거레이 레너드와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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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와 등장' 반복…차라리 공식적으로 정치 재개하라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왼쪽)과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 (사진=자료사진)

 

요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케이블티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율 10%대에 육박하며 세대 불문 큰 인기다.

1980년대를 추억하는 중장년층의 복고향수를 자극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 80년대 전설의 복서 레너드

1980년대에 슈거레이 레너드(Sugar Ray Leonard)라는 복서가 있었다. 1980년대를 청년으로 보낸 중장년층에게는 전설로 기억되는 복서다.

당시 웰터급과 미들급에서 최강자였던 '링의 도살자' 마빈 헤글러와 '디트로이트의 저격수' 토마스 헌즈, '돌주먹' 로베르트 듀란 3인방을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현란한 펀치로 차례로 링 밖으로 보내버렸다.

레너드의 복싱인생은 1988년에 정점을 찍는다. 레너드는 1988년 드디어 WB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과 슈퍼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다. 당시로서는 전무한 5체급 타이틀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신이 내린 복서'라는 호칭과 '복싱을 예술로 승화시킨 복서'라는 찬사가 이때 붙었다.

레너드의 경기장면은 멀리 동양의 코리아에까지 중계돼 많은 청년들이 레너드의 화려한 몸동작과 주먹질을 흉내내며 스스로 남성성을 자족하곤 했다.

그런 레너드도 30대 후반에 접어든 1991년 테리 노리스(미국)에게 패하면서 은퇴한다.

그런데, 은퇴 이후가 문제다. 레너드는 은퇴한 이후에도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며 수 차례 복귀를 시사하는 등 링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팬들을 안달나게도 했지만 때로는 짜증나게 하기도 했다. 링 밖에서 라이벌인 헤글러와 듀란을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기를 6년. 왼쪽 눈 수술을 했지만 그의 경기력에 의심을 품는 팬들은 없었다. 레너드는 결국 1997년에 링에 다시 오르지만 엑토르 카마초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가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 '응답하라 손학규'

작년 7월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새정치문주연합 상임고문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손학규 전 대표는 장외에서 여전히 가치있는 야권의 대권주자다.

손 전 대표는 지난 7월 재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진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홀연히 전남 강진 토굴로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는 정치를 완전히 그만둔 사람처럼 보였다.

정치생명이 남아있는 정치인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은 거꾸로 그만큼 그런 정계은퇴를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얘기다.

손학규 전 대표는 올해 접어들면서부터 부쩍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많이 드러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언론에 포착된 것만 다섯 차례나 된다.

결혼식장에서, 장례식장에서, 인천공항에서, 어느 정치인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고 그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그때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 현실정치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의 직계다. 1993년 YS에 발탁돼 경기도 광명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3선 의원을 지내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까지 지냈다.

2007년 야당행을 선택하는 대결단을 내린 이후, 야권의 영원한 대권주자로 자리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요즘 상주를 자처하며 YS 빈소를 하루도 비우지 않고 있다. 요즘은 '야당 정치인 손학규'가 아닌 '상도동계 손학규'를 웅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YS서거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당연히 정봉주 전 의원 등 과거 손학규계 의원들이 몰려든다.

이쯤이면 정계은퇴를 선언한 노(老)정객이나 원로 정치인의 위상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지리멸렬이다. 비상구도 보이지 않는다. '문안박 희망스크럼' 운운하지만 정치적 수사일 뿐 현실성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래서, 손학규 전 대표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손 전 대표는 정치를 떠났다면서도 정치권에 버젓이, 그것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런 '은퇴놀이'가 어쩌면 현재로서는 손학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행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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