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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감사와 감시의 차이…감사원의 '박원순 감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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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사태 본질보다 박원순 시장에 집중, 정치감사 논란 자초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감사와 감시의 차이는 점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다. 적어도 단어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정당성과 부당성의 차이가 있다.

감사원이 지난 여름 전 국민을 집단공포에 빠트렸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하 메르스)사태와 관련해 서울시청을 상대로 두 달째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시작한 감사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금요일인 23일 마치게돼 있었지만 감사원측은 감사를 일주일 연장해 오는 29일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감사원 직원 10여명은 시청 서소문 별관에 사무실을 두고 서울시 관계자들을 줄줄이 불러가며 메르스 사태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과정을 자초지종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감사의 초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6월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에만 매몰돼있다는데 있다.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만큼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감사의 초점은 정책의 적절성이나 행정절차, 법규위반 여부가 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초점은 메르스 사태에 주도적인 대처 의지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맞춰져있다.

지금까지 감사원 감사를 받은 서울시 시민건강국 직원만 15명에 이른다.

김창보 시민건강국장도 한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김인철 대변인도 지난 20일 직접 조사를 받았다.

감사를 다녀온 서울시 직원들의 말은 한결같다. 조사 내용의 대부분이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이 결정된 시점이 언제냐?", "기자회견을 누가 결정했느냐?",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느냐?", "국민안전처나 복지부와 협의했느냐?" 등 기자회견의 경위에 주로 맞춰져 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기자회견문은 누가 썼느냐?", "박원순 시장이 원고 내용의 어떤 부분을 고쳤느냐?"라는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하는데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격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메르스 사태는 발병에서부터 사실상의 소멸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됐다. 그런데 감사원 조사는 8월 중순에 시작돼 이미 두달을 넘겨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감사내용이나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관련서류로 충분한 조사도 많다.

시민건강국 한 직원은 지금까지 무려 열 차례 넘게 소환조사받기도 했다. 주무부서인 생활보건과 직원들은 지리한 조사로 스트레스가 심해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감사원 조사내용도 새로운 것이 없고 계속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고 전했다.

이쯤되면 검찰수사관이 뇌물수수 피의자에게 반복적인 추궁으로 진을 뺌으로써 혐의를 인정하게 만드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의 감사원 감사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지나치게 맞춰져 있음으로써 ‘박원순 죽이기’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 감사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메르스사태 초기 우왕좌왕하던 것과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태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부로서는 박 시장의 태도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여당의원들은 박 시장의 이런 태도를 고도의 정치행위로 보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끈질기게 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는 국회 국정감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정책의 적절성이나 법규위반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그런 정치적 공세에 동참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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