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콘텐츠? 문제아?…활짝 핀 '크리에이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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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를 아시나요①]

흔히 'BJ'로 불리던 개인 방송 진행자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만을 만들어내는 '문제아'들이 아닌, '크리에이터'로 불리며 당당히 가치를 인정받는 추세다. MCN 등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도 매섭다. 진화한 1인 미디어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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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B급콘텐츠? 문제아?…활짝 핀 '크리에이터' 시대
② "크리에이터는 보물, 신나게 '보물 찾기' 중입니다"
③ "'돌+아이' 같나요?" 그녀가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

MCN 전문기업 트레져헌터에 소속된 크리에이터. (왼쪽부터)최고기, 악어, 김이브, 양띵, 박가린, 릴마블, 스팀보이(사진=트레져헌터 제공)

 

'스낵 컬처'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10∼15분 내외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 방송 시간에 맞춰 TV를 켜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볼거리를 즐기는 시청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이야기다.

덩달아 '크리에이터'들의 주가도 높아졌다. 크리에이터는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촬영부터 제작, 송출까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들을 일컫는다. 아프리카TV, 다음팟TV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던 'BJ(Broadcast Jockey)'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활동 범위가 훨씬 광범위해졌다는 것. BJ가 특정 플랫폼 내에서 쓰이던 한정된 개념이라면, 크리에이터는 좀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콘텐츠를 전 세계로 송출해주는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튜브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개인 채널에 콘텐츠를 업로드해 조회수, 시청시간 등에 따라 광고 수익을 얻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프리카TV 등으로 생방송을 진행하지 않고 유튜브에서만 활동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기존 인기 BJ들도 2시간 분량의 생방송 내용을 3~5분 분량의 영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다시 업로드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어 스타가 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 실제로 게임, 뷰티, 요리, 일상, 취미, 음악, 개그, 시사교양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수는 점차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재기발랄한 영상은 유명 케이팝(K-pop) 아티스트, 유수의 방송 채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화면)

 

또한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리비전'이 이 모델을 차용해 큰 인기를 끌면서 1인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유튜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구독자수 증가 기준 가장 많이 성장한 국내 유튜브 채널 20위 중 개인 크리에이터 채널은 45%(9개)에 달했다. 지난해 25%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유튜브를 통해 자신만의 팬 층을 확보하고 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세를 실감하게 하는 수치다.

양띵(본명 양지영),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등 수십, 수백만 명의 유튜브 고정 구독자 수를 보유한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월 수입이 수 천만 원에 이를 정도. 가히 'B급 콘텐츠의 반란'이라 할 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을 직접 발굴하고 교육, 스튜디오, 홍보 및 광고영업 등의 지원을 제공하는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Multi Channel Networks) 산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MCN 산업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다. 타임워너, 드림웍스 등 메이저 미디어들은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MCN 사업에 진출했다. 디즈니는 10억 달러(약 1조 원)에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했으며, 드림웍스는 어썸니스TV를 3300만 달러에 사들였고 AT&T는 풀스크린을 3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CJ E&M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CJ E&M은 지난 2013년 크리에이터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MCN 사업에 처음 진출했으며, 현재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로 브랜드명을 변경하고,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다이아TV가 관리하는 크리에이터 수만 600명 가까이 된다.

국내 MCN 업계의 SM엔터테인먼트로 불리는 트레져 헌터(Treasure Hunter)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CJ E&M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로 양띵, 악어, 김이브 등 다수의 인기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지난 1월 설립된 이후 현재 전체 채널 구독자 수가 무려 1천 1백만 명을 넘어섰다.

기존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동영상 공유 서비스 회사인 판도라 TV 등도 MCN 사업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또한 공영방송 KBS도 자체 MCN인 예띠 스튜디오(Yettie Studio)를 설립,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아프리카TV와 손을 잡았다.(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 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새 앨범을 발매하는 가수들이 예능이 아닌 유명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해 신곡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아프리카TV와 손잡고 1인 방송인을 양성, 지원하는 회사인 '프릭'을 설립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프릭'을 통해 윤종신과 뮤지가 진행하는 '형만 믿어'라는 음악 토크쇼를 론칭했다. 향후 소속 아티스트들이 출연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하지만, 여전히 해결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우선 개인방송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일 것이라는 편견부터 깨야 한다.

이와 관련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 이영민 전략지원본부 홍보팀 과장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 신고 기능 등을 통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들이 방송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방송에 대해서는 일시 정지, 영구 정지 등 서비스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업데이트중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인기도, 등급이 높은 BJ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소양 교육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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