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다음 총선을 겨냥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되게 해달라고 촉구한 발언이 여당 내에서조차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원론적인 비판에서부터 “‘총선 개입’ 발언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라는 반감까지 다양한 반론이 제기됐다.
공천 여부에 극도로 민감해진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며 앞으로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청와대의 개입이 노골화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 朴 대통령 “진실한 사람만 선택” vs “대통령은 과연 진실한가?”
박 대통령은 회의석상에서 “국민 여러분은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셔야 한다”며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 지연의 원인을 국회 탓으로 돌린 것이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진실되지 못한 현역 의원들을 심판해달라는 얘기다.
김무성 대표의 즉각적인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발언이 전해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즉답을 회피하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이 자신들을 겨냥했다며 “총선 개입”이라고 비판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 상황을 가정한 것을 놓고 “상향식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특히 비박(非朴·비박근혜) 성향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반감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무엇이 다르냐”고 성토했다.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해 ‘진실한 사람들’이란 표현이 나온 것이라면,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정치가 역사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이제 와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통령 자신이 진실하지 못하다”라는 극단적인 반박까지 제기됐다.
◇ ‘朴心’ 내세운 靑참모들 무더기 출마 시점에 나온 ‘엄호’ 발언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구·경북(TK) ‘현역 물갈이’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못지않게 여당 의원들이 강한 반발을 내놓은 이유도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이야 ‘진실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누구를 밀고 누구를 내치려는지’ 구체화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의 주장대로 상향식 공천을 관철한다고 해도 막상 경선이 실시되면 암묵적인 편들기를 통해 박심이 낙점한 후보가 공천되도록 강제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청와대에 의한 ‘하향식’ 공천 우려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TK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다.
대구 동갑 혹는 경주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필두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도 대구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을 비롯해 비서관, 행정관급까지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19대 총선 공천에서 실력을 행사했던 유승민 의원(3선·대구 동을)이 박 대통령과 국회법 파동으로 갈라선 틈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