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들어서 KBS와 MBC SBS 등 지상파방송에서 청와대로 직행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그들은 왜 마이크를 던지고 청와대에 들어갔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임명을 두고 하는 얘기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사진=MBC제공)
= 꼭 정연국 대변인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연국 대변인을 포함해서 현역 방송인들이 청와대로 가는 일이 관행화 되고 있다.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MBC 시사제작국장이면서 MBC 100분토론 진행을 해오던 현직 기자이다. 발령 사흘전에도 100분토론 진행을 했다. 정연국 대변인 앞에는 KBS 앵커출신 민경욱씨가 대변인을 했다.
민 전 대변인은 오전까지 KBS 문화부장으로 재직하다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사례를 남겼다.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던 이남기 현 스카이라이프 사장도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 당일까지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었고 윤두현 전 홍보수석도 YTN플러스 사장을 맡고 있다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SBS기획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청와대 사회문화특보에 임명됐다가 논란이 일면서 사직하고 다시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현직 방송인들을 곧바로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일이 관행화 된 것이다.
▶ 이전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나?=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이던 주돈식씨를 정무수석으로 영입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경향신문 김현섭 정치부장이 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해승 MBC 북경지사장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윤승용 홍보수석은 한국일보 정치부장에서 사표를 낸 뒤 국방홍보원장 공모해 합격해 재직하다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홍상표 홍보수석(YTN)과 김두우 홍보수석(중앙일보) 김은혜 대변인(MBC) 등이 현직 언론인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전례가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일상적으로 현직기자를 그것도 방송사에서 앵커를 하면서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들을 계속해서 청와대 참모로 영입하고 있다.
▶ 현직기자가 그것도 앵커로 활동하거나 방송사 고위직으로 재직하다 청와대로 곧바로 가는 이유가 뭐냐?= 그건 개별적으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얘기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최종 판단이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현직기자 그것도 앵커출신을 잇따라 데려가는 청와대의 관행이 가장 큰 문제지만 청와대의 제의를 덥석 받아들인 기자출신 언론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차관급 바로 아래인 1급 고위공직이다. 비록 별정직이지만 언론사 간부에서 고위공직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홍보수석을 겸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수석 아래에 대변인을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받아 들일 수도 있고 또 정치권으로 가는 길목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난 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게 그런 사례가 될 것이다.
또 아니면 청와대 홍보수석을 마친 뒤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가는 일도 다반사이다.
박근혜 정부 첫 홍보수석이었던 이남기씨는 KT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재직 중이고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으로 낙하산을 탔다.
강성남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현직 언론인들이 청와대로 직행하는 것은 비정상 중에 비정상"이라면서 "언론인의 권력지향 속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전 위원장은 "언론인이 권력자들과 쉽게 접촉하는 걸 기화로 권력 복판으로 가려는 언론인이 많다는 것이 우리 언론의 취약한 부분"이라면서 "청와대로 가서 조금만 자리 잡으면 정부 고위직으로 나가거나 총선에 나가거나 아니면 공기업 낙하산으로 가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인들의 출세의 한 방편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비판했다.
▶ 개인의 얘기들을 들어봤나?= 정연국 신임 대변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은 하루에 2백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 걸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아직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분위기에 적응한 뒤에야 통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자료사진)
민경욱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직 제의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 "'설득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전 대변인은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감투 같아서 싫고 후배들이나 KBS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지만 '감투가 아니라 희생이고, 창살없는 감옥과 같다'는 설득과 '그런 부담도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설득에 수락했다"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 전직 청와대 한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제의가 와서 검증에 동의한 건 한 달 훨씬 이전이었다"면서 "단수 추천인 경우도 있지만 복수일 경우도 있고 또 검증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어서 사전에 사표를 내거나 정리하지 못해 급박하게 임명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발령이 나면 곧바로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전날 사표를 내거나 아니면 당일에서야 사표를 내게 된다는 얘기다.
▶ 아무리 그래도 현직 언론인을 곧바로 청와대 참모로 데려가는 건 문제 아닌가?
= 그렇다. 언론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에서 현직 언론인들 앞에서 언급한 방송외에도 신문에서도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으로 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 출신의 김진각 전 국정홍보 비서관이나 문화일보 출신인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도 현직 기자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간 경우다.
MBC 기자협회(회장 고현승)가 26일 'MBC 기자들은 부끄럽습니다'라는 논평을 냈는데 "정연국 국장에 대해 선배 후배 동료인 MBC 기자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정권의 얼굴을 새 단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선배, 후배, 동료 기자들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먹칠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임명 때에도 KBS기자협회는 당일 성명에서 "말문이 막혔고, 부끄러웠고 참담했다"며 비판했고 KBS 후배기자들은 사내 게시판에 "후배들은 선배가 부끄럽다"면서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그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했던 한 선배가 이번에는 권력을 변호하고, 대변하는 일을 맡아 회사를 떠났다"며 토로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현직 언론인들의 권력행은 불공정 보도, 곡필의 댓가로 챙겨주는 전리품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 결과는 언론 신뢰도 하락이며 국민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 청와대가 이렇게 무리하게 현직 언론인을 데려가는 이유는?
=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대신하겠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한두 번도 아니고 방송현장에 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청와대로 데려가는 것은 언론의 정지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정부가 언론기관을 마치 정부의 한 기관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언론인으로서 지금까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고 경제권력과도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일을 했거나 했어야 하는 사람들인데 하루 아침에 옷을 바꿔입고 정부의 홍보 대변인이 된다는 것이 국민들이 볼 때 얼마나 이게 황당하겠냐?"면서 "이런 상황은 지금 MBC와 KBS가 얼마나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 우지되고 있느냐 하는 그런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