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제품, 아이폰 6S가 출시됐지만 시장 분위기가 묘하다. 이동통신사 대리점도, 소비자도 눈치만 보고 있다.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정부 감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소비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소비자 모두 비싸게 사야 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1만원이라도 상한선보다 더 얹어주면 '불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 보조금은 단통법 취지대로 사라졌을까. 강화된 단속 탓에 오프라인 매장은 차분할지언정,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아이폰 대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 "아이폰6S 첫 주말, 아이폰6 때보다 "더 팔려" VS 개통자 몰렸을 뿐 "시장 안정"지난 19일 이통사의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10분만에 마감을 기록했던 아이폰6S 시리즈. 흥행 예감에 올해도 '아이폰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출시 사흘이 지나도록 "시장은 비교적 차분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6S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이통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3만 3500건과 2만 492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하루평균 2만 4000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틀 간의 성적만 놓고 봤을 때 전 기종인 아이폰6 시리즈보다 약 10% 이상 더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3사가 나흘간 진행한 예약판매에 대한 개통이 몰리면서 첫날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약 1만 6000건으로 평소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리점 직원도 "주말에 아이폰6S 시리즈를 찾는 고객들은 많았지만 개통까지 이어진 경우는 지난해만큼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판매점 사장도 "분명히 인기는 있지만 과열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 휴대폰 싸게 판 게 죄? 정부 단속 강화·폰파라치 '기승'
인기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단통법 말고 이유가 있겠냐"며 약속이라도 한 듯 대리점마다 볼멘 소리가 튀어나왔다. 단통법으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된 것은 물론, 불법 보조금을 주는 점포를 적발해 신고하면 건당 수백만원씩 포상금을 받는 이른바 '폰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리점 직원은 "아이폰 6S가 풀리자마자, 대형 유통점을 비롯해 대리점 곳곳마다 '방통위 직원들이 떴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어떻게 누구를 믿고 장사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겠다고 오는 사람이 진짜 소비자인지, 정부 단속반인지, 폰파라치인지 알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
단말기를 싸게 사고 싶다는 소비자에게, 판매자가 한 푼이라도 싸게 팔면 이 모든 게 단통법 아래서는 '불법'인 상황. 사진을 찍는 기자도 단속반으로 의심해 "사진 찍지 말라"며 카메라 앞을 손으로 가리기도 했다.
아이폰6S는 워낙 고가인데다 이통사 보조금은 쥐꼬리만한 수준이어서 구매자들은 더 애닮프기만 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는 괜한 오해만 받다 제 값 다 주고 사거나 흥정에 실패,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판매자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대리점 직원 장모(35)씨는 "어디는 지원금을 이렇게 주는데 왜 여기는 이것밖에 안 주느냐, 얼마를 더 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떠보는 건지, 정말 사고 싶은 고객인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폰6S 시리즈가 출시되자 IT기기 정보 공유사이트 등에서 암호와 은어로 위장된 불법 보조금 지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습.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화면 캡쳐)
◇ 온라인서 '페이백' 버젓…최양희 "아이폰6S 불법 보조금 '극소수 이탈 행위'" 그렇다면 불법 판매는 정말 사라졌을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찾기 어려웠을지언정, 온라인에서는 단통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폰 대란'이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IT 기기 정보공유 사이트에서는 ㅅㄷㄹ(신도림), ㅍㅇㅂ 혹은 표인봉(페이백), 현아(현금완납) 등 각종 암호와 은어로 위장하고 '좌표(매장위치)'를 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불법 보조금을 받고 아이폰6S 시리즈를 샀다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정부가 단통법의 정착을 위해 칼날을 휘두르자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단속을 피해 온라인으로 숨어든 것뿐이다.
15년째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해왔다는 박모(42)씨는 "할인 판매를 하면 불법이고 안 하면 손님이 없다. 법대로 살려면 문 닫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싸게 팔다 폰라라치에 적발되느니 나도 폰파라치나 할까 싶다. 잡아오면 건당 100만원~200만원 받는다고 한다"며 스마트폰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