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SK텔레콤의 일주일간 신규가입금지가 시작되자, 고객을 잡기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치열한 격전이 빚어졌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고액의 보조금을 내건 불법영업 광고까지 등장했다. SK텔레콤은 영업정지 첫 날 하루에만 6066여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 "공책 5권, 쥐 4마리, 현아, 표인봉"…다시 등장한 '암호' 판촉
지난 1일부터 시작된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통신기기 관련 유명 온라인사이트에서는 이처럼 외계어나 암호를 방불케 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졌다. (사진=온라인사이트 캡처)
"ㅋㅌㅂㅇ갤수육 욕49.9먹고, 표인봉 아저씨 계시길래 싸인 서른장 받았어요"
"키티 공책 4권 보려면 11살 현아랑 손잡고 오세요"
SK텔레콤의 영업정지 첫 날이었던 지난 1일, 통신기기 관련 유명 사이트 등에서는 외계어나 암호같은 글들이 쏟아졌다. 풀어보자면 "갤럭시 S6, KT 번호이동 조건으로 현금(페이백) 30만원 받았다"는 뜻이다. 다음 글은 "KT 가입자용 갤럭시노트4를 현금으로 하면 11만원에 판매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정보는 대부분 은어로 표시된다.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 시행으로 인한 정부의 불법 보조금 단속을 피해,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는 '공책 5권', '갤럭시S6'는 '수육', LG전자의 'G4'는 '쥐 4마리', '페이백'은 '표인봉'으로 표기한다. '현아'는 '현금완납'의 줄인말이다. 이를 취급하는 매장은 "좌표(매장 위치)가 어디냐"며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쪽지로 전달된다.
◇ '속수무책' 단통법…"시장 큰 혼란 없어" 방통위 '뒷짐'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동안 총 1만 9335명 줄었다. 영업정지 첫날인 1일 6066명, 2일 7026명, 3일 6243명 각각 이탈했다. 최근 3개월간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간 고객이 일 평균 5605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고객을 잃은 셈이다.
반면 KT가입자는 1일 3096명, 2일 3739명, 3일 3184명 각각 순증해 1만 1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가입자도 2970명, 3287명, 3059명 각각 늘어나 모두 9316명 증가했다. 사흘 동안 전체 번호이동 규모는 3만 2077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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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유통조사단'을 꾸리는 등 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1년을 맞아 이통사간 불법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며 자평하지만,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영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신시장이 '난장'인데도 정작 감독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아직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SK텔레콤의 영업정지로 이통사들이 일제히 지원금을 상향하면서 번호이동이 늘어났다"며 "일부 이통사가 불법 보조금 등을 줬을 수는 있지만 이는 계속 벌어졌던 일일뿐 영업정지 때문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어 "주말에도 우려했던 것보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주말이었던 3~4일 이틀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수육'과 '공책'을 찾고 '좌표'를 묻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 SKT영업정지에 날개 단 보조금…최저요금제 지원금 10만원↑앞서 지난 1일, KT와 LG유플러스는 갤럭시S6·엣지, 갤럭시 A5, 갤럭시 노트4·4S, LG전자 G3 등의 공시지원금을 상한선인 최대 33만원까지 올리고 각종 사은품 공세까지 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다.
KT는 아울러, SK텔레콤의 신규가입금지가 시작되는 지난 1일에 맞춰 부대 내 군 전용전화로 걸어도 자신이 쓰던 번호 그대로 표시되고 무료 통화, 휴가데이터를 제공하는 군장병 전용 요금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인기 구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특히, 최저요금제 지원금도 10만원이나 올렸다.
일부 대리점은 제휴카드할인을 부각시키고 각종 사은품을 내걸면서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의지다. 최신폰 구매고객에게 15만원 상당의 블루투스 이어폰, 대용량 보조배터리, 바바라 거치대, 방탄유리필름까지 증정하는 대리점도 눈에 띄었다.
SK텔레콤은 영업정지 이튿날이었던 지난 2일, 서울 · 대전 · 대구 지역의 3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SK텔레콤 광고모델인 '설현'이 직접 본인의 브로마이드 세트를 고객에게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도 총 6기종에 대한 지원금을 최고 상한선(33만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방어에 나섰다. 지원금이 낮은 최저 요금제도 10만~14만원대까지 상향 조정하고 기기 변경 혜택도 늘렸다.
심지어, 브로마이드 도난 사건까지 벌어진 SK텔레콤의 광고모델인 가수 '설현'을 내세워, 설현이 직접 자신의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행사까지 열면서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