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각자가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는 5자회동이 끝난 뒤 정국이 더욱 냉각되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올해 정기국회 법안과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3+3 회동'은 무산위기에 놓였고, 여야는 국회 안팎에서 각자의 주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3일 당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3+3 회동'에 대해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과 예산안 심사가 매우 중요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3+3 회담이 당분간 어려울지 모르겠다. 당분간 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회담 문제나 이런 것들은 재고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지도부의 원활한 협상과 만남이 있어야 할 텐데 이런 절벽 같은 국회 운영에 있어서 지혜를 발휘하기가 어렵다"며 3+3 회담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구성키로 한 여야정 협의체도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중FTA 대책회의'를 열고 "여야 원내대표가 오는 30일 여야정 협의체를 열기로 했지만 이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는 29일에 있을 '한·중 어업협정'에서 정부가 중국의 불법 조업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교과서 문제 해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여야 동수로 교과서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와 여당이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문제 삼고 있는 내용들을 따져볼 것을 제안하기로 했지만 청와대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교과서 검증위원회' 구성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부좌현 의원의 질문에 "국사 교과서는 당에서 개입한다기보다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맡아서 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공방도 이어졌다.
부좌현 의원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모인 특정 집단에서 올바른 역사 및 교과서가 성립하냐"고 따져 물었고 이병기 실장은 "부 의원이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국정교과서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국론 분열이라고 말할 만큼 국정교과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다는 점을 인정하냐"는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인정했고, "국정교과서가 확정되지 않고 여론 수렴 중인데 예비비 44억 원을 편성해 그 중 25억을 광고비로 집행하는 것은 반칙"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지만 국정화에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예비비를 확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가 남북분단, 남북대치 상황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분단의 시대를 경험한 독일에서 동독은 국정교과서, 서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정교과서를 사용했다"며 "동독과 서독 중 어느 체제가 더 나은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운운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이제 의원은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여당의 심장부인 대구를 찾아 역사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도 벌이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