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마트 제공)
"아들이 그러더라고요, '올해 추석은 어머니도 힘들고 와이프도 힘드니 간단하게 지내자'고…. 그래서 '해놓은 음식'을 사서 차례 지내려고요."
25일 오후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백모(64·여) 씨는 이마트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인 '피코크' 코너에서 '동태전'과 '송편' 등을 꺼내 장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30년 동안 손수 장을 봐 차례상을 차렸지만, 올해부터는 편하게 지내자는 아들의 성화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로 장을 보는 것이다.
백 씨는 "사실 아직도 집에서 만드는 음식이 더 맛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시간을 줄여서 대화를 더 할 수도 있고 손자 재롱을 더 볼 수도 있다는 아들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말했다.
회사를 마치고 일찍 장을 보러 온 정진주(35·여) 씨도 시어머니와 타협 끝에 올해부터는 간편한 차례상을 차리기로 했다. 피코크 코너에서 각종 전 종류를 사고, 반찬 코너에서 '제수용 나물'을, 냉동식품 코너에선 산적을 대신할 '너비아니'를 샀다.
정 씨 역시 "아무래도 회사 일까지 하고 차례 음식을 만드는게 상당히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남편, 시어머니와 상의를 해서 올해 추석에는 간단한 음식 위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명절날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냉동식품이나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맞벌이 가구가 급증하면서 명절 전날까지 부부가 모두 출근을 해 물리적으로 음식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명절 음식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갈등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맞춤형 제수용 간편식을 출시하거나, 모듬전과 한과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해 설에 제수용 가정간편식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피코크 브랜드로 '오색꼬지전', '모듬전', '순희네 빈대떡', '고기완자전', '동태전', '해물전' 등 총 6종을 출시해 설 명절 당일 이전 7일 동안(2014.1.24~1.31) 1만 5천개를 판매해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추석에는 '송편', '해물완자전', '식혜', '잡채'등 8가지 상품을 추가로 출시해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기간 동안(2014.9.1~9.7) 4억 5천만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설에도 설 명절 일주일 동안 지난해 설보다 210%, 추석보다 125% 늘어난 매출 수치를 기록했다.
올 추석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추석 10일 전인 17일부터 24일까지 피코크 제수용품 간편가정식 매출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올해 매출이 48.9% 증가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추석 바로 직전에 차례 음식을 사는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매출 상승세가 눈에 띈다.
김진범 이마트 피코크 바이어는 "최근에 가족 규모가 과거와 달리 크게 줄어들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 역귀성 하는 가정이 증가하는 등 제수용 음식 마련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와 관련된 제수용 간편가정식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편의성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동태전, 해물완자전 처럼 조리과정이 번거롭거나 식혜처럼 조리시간이 긴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