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이 뭐예요?"…추석이라 더 '슬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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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양(45·가명)씨가 찬형(6·가명)군 이야기를 하며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월드비전 제공)

 

"추석 때 엄마 아빠하고 같이 송편 만들어서 먹고 싶어요. 같이 낚시도 하러 가고 싶고요…"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발달이 늦은 찬형(6·가명·서울 거여동)이는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소원이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명절 때 마다 가족들과 즐겁게 보낸 시간을 얘기하는 게 부럽다.

찬형이에게 추석은 여느 날처럼 좁은 방에서 동생들을 돌봐주는 시간이다.

화원에서 배달일을 하는 아빠는 추석 휴일에도 일터에 나가고, 엄마는 여섯 식구의 빨래며 설거지거리 등 집안일에 하루를 쏟는다.

이렇다 보니 찬형이네는 여느 가정집처럼 명절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먹은 적이 없다.

찬형이 엄마인 김미양(45·가명)씨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시댁이 부산인데 형편이 어려워서 올해도 못 갈 것 같아요. 찬형이가 손으로 뭐든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송편을 빚으면 아주 잘한 텐데 형편이 어려워서 송편 만드는 것 한번 못해주고…"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게 명절이라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고통의 시간에 가깝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외할머니와 사는 수빈(14)이는 추석 때마다 작은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수빈이에게 추석은 가족의 빈자리를 더 느끼게 해서 괴롭다.

당뇨와 백내장을 앓고 있는 외할머니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판장에 나가 그물 손질을 하는 것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태어난 뒤 외할머니 손에 자란 수빈이는 2년 전 이혼한 부모와는 남처럼 산다.

외할머니 백순자(63)씨는 "나한테 애를 맡겨놓고선 애 아빠는 이혼하면서 완전히 발길을 끊었고, 엄마도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면서 "올 추석도 그냥 손녀딸이랑 집에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명절은 쓸쓸한 시간이다.

필리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김학주(7)는 "친구들은 명절이라고 친척들을 찾아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하는데 나는 그런 거 못해봤다"고 울먹였다.

2살 때 간암으로 아빠가 돌아가신 뒤 친척들과 왕래가 끊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학주는 4살 때 백혈병 진단을 받고 줄 곧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명절은 늘 병원에서 보냈다.

학주의 엄마 제니린 모델로(30)씨는 "한국 온 지 8년 됐지만 남편과 사별한 뒤 시댁식구들이 외면하고 너무 힘들다"면서 "한국말도 서툴러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추석에 소외된 가정에 올해부터는 조금이나마 온기가 불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은 올해 처음으로 '추석이 슬픈 내 고향 아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월드비전 홈페이지(worldvision.or.kr)에서 자신의 고향을 선택하고 아동후원을 신청하면 된다.

매달 5만원을 후원할 경우 후원가정에 생계·의료·주거비가 지원되며 전문 사회복지사의 방문과 상담,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분들이 자신의 고향에 살고 있는 어려운 처지의 아동들을 돌아보고 사랑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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