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살인' 김일곤 "유전자 흔적 지우려 불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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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행 후 소재 파악 '사실상 실패'

서울의 한 빌라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 김일곤(48)씨가 범행 8일 만에 검거됐다. 주모(35.여)씨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해)로 공개수배한 김 씨가 17일 서울 성동경찰서로 압송, 살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잘 못한 게 없어요! 난 앞으로 더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트렁크 살인' 피의자 김일곤(48)은 자신의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도 범행 후 김씨의 소재 파악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 유전자 지우려 방화…복잡한 이동 경로

1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1일 오후 홍익동 한 빌라 주차장에서 피해자 A(35·여)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두고 투싼 차량에 불을 질렀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차량 안에 유전자가 남아있어 그냥 두고 가면 경찰에서 범인이 저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선 지난 9일에는 충남 아산시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A씨를 투싼 차량째 납치해 살해한 뒤, 서울과 강원 속초, 양양, 동해, 부산 등을 거쳐 울산으로 국도를 이용해 이동했다.

이곳에서 김씨는 10일 저녁 6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 사이 주차된 한 차량에서 번호판을 훔쳐, 투싼 차량에 부착하고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고속도로 진입 때는 통행권을 끊고, 11일 새벽 4시 40분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날 때는 하이패스 차선을 이용했다.

동선 추적을 피하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였다.

◇ 범행 동기는?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 차량과 휴대폰을 뺏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다만 납치 후 A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천안 두정동의 한 골목에서 내려주자 도주했고, 뒤쫓아 붙잡은 뒤 차량에 태우고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

하지만 A씨 시신을 훼손까지 한 이유와 동물병원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안락사용 약'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진술을 피하고 있다.

특히 김씨가 검거된 이후 계속 극도의 흥분상태로 있고, 횡설수설하는 경향을 보여 경찰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다 죽였어야 한다" 메모지 발견

김씨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가로 15㎝, 세로 20㎝ 크기의 메모지 2장을 놓고도 의문이 말끔히 걷히지 않고 있다.

이 메모지에는 경찰과 판사, 의사 등 2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인물은 과거 김씨를 체포해 조사한 경찰이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치료했던 의사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것들 다 죽여야 하는데…"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모지에 '살생부'라는 명칭은 없다, 해당 인물들 대상으로 한 범행도 없었다"면서도 "여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사본부 코앞에 있었는데…

경찰은 성동경찰서장을 비롯해 모두 57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렸고, 특진까지 내걸며 김씨 검거에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범행 후 김씨의 정확한 도주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11일 A씨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지른 뒤, 지하철 상왕십리역에서 택시를 타고 왕십리역까지 이동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미리 준비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택시를 타고 장안평역까지 가 신답사거리까지 걸어갔다.

그가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택시로 이동한 것까지 확인한 경찰은, 17일 검거될 때까지 김씨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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