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의 전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가 영국에서 발견됐다.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는 치명적인 뇌질환인 크로츠펠트 야콥병(CJD)으로 사망한 환자 8명의 뇌조직을 부검을 통해 분석한 결과 4명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독성 뇌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노인반)가 발견됐다고 텔레그래프 인터넷판 등이 9일 보도했다.
4명 중 한 명은 노인반이 대량, 나머지 3명은 소량 발견됐다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의학연구위원회(MRC) 프리온 연구실장 존 콜린지 박사가 밝혔다.
이들이 살아있을 때 치매증세가 나타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이들이 더 오래 살았을 경우 치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그는 배제하지 않았다.
이들은 1958~1985년 사이에 왜소증 치료를 위해 사망한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채취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CJD에 걸려 사망했고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시행된 부검 과정에서 노인반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시신의 성장호르몬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시신의 주인공이 갖고 있던 노인반도 함께 옮겨져 치매의 '씨앗'이 심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수혈, 뇌수술, 치근관 수술 같은 침습적 치과치료 등을 통해 치매의 '씨앗'에 감염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은 CJD를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과 같은 경로로 수술도구나 의료과정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콜린지 박사는 인정했다.
쥐와 원숭이의 중추신경계에 사망한 치매환자의 액체화된 뇌조직을 주입한 결과 치매와 연관된 뇌 변화가 나타났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된 일도 있다.
이러한 치매의 '씨앗'은 잠복기가 최장 40년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막상 환자는 이를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치매가 독감처럼 "전염성"이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콜린지 박사는 강조했다.
CJD는 변형 단백질 프리온이 중추신경에 쌓여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나 내장을 먹을 때 발생하는 변형CJD(인간 광우병)와 오염된 시체에서 나온 호르몬을 통해 감염되는 의인성CJD 등으로 구분된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1천848명이 왜소증 치료를 위해 시신에서 채취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CJD에 걸렸고 이 중 77명이 사망했다.
1985년 이후에는 시신에서 채취한 성장호르몬 사용이 전면 중단됐고 현재는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든 성장호르몬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