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부양가족 부풀리기로 고가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기 전에도 이른바 '로또 청약'에 수 차례 도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간 공개적으로 로또 청약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뒤에서 당첨을 노려온 것이다.
특히 이 후보자가 당첨 이전에 다른 청약을 넣을 때도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하고 신혼집까지 구했지만, 혼인신고와 전입신고는 하지 않은 채 이 후보자 부부의 세대원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점을 뻥튀기한 부정 청약 시도가 추가로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6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이 후보자의 '청약 신청 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배우자 김영세 교수는 2024년 8월 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되기 이전 총 3차례에 걸쳐 로또 청약을 신청했다.
내역을 보면 이 후보자와 김 교수는 2024년 2월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청약에 각각 접수했다. 계약 취소분 3가구를 채우는 이른바 '줍줍'으로, 가점제가 아닌 무순위 청약이었다. 당시 시세 차익만 최소 20억 원으로 평가되면서 신청자가 101만여 명이나 몰렸다. 이 후보자와 김 교수는 해당 청약에 낙첨했다.
약 3개월쯤 지난 2024년 5월 20일에도 로또 청약에 도전했다. 초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다. 마찬가지로 시세 차익이 20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조합원 취소분 1가구를 모집하는 래미안 원베일리 일반분양에는 3만 5천여 명이 지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10억 원에 가까운 여유 자금을 확보해야 분양대금을 치를 수 있어 현금 부자들이 주로 신청했다고 한다. 해당 청약에는 이 후보자의 배우자인 김 교수만 넣었지만 낙첨했다. 당시 당첨자는 청약 통장 만점자였다.
이 후보자는 그간 현금 부자들의 로또 분양을 공개적으로 저격해왔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현금 부자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분양만 받으면 집값이 뛰어서 시세 차익으로 5억~6억원씩 대박 로또를 가져간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비판했다. 방송에서도 "낮은 분양가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불과 1~2년만 있으면 대박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이혜훈 후보자의 청약 신청 내역.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 제공'내로남불' 지적 외에 상습적 부정 청약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가 가점제인 래미안 원베일리에 청약을 신청할 당시에도 결혼한 장남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미혼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행 청약 제도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은 만 30세 이상 자녀의 경우 미혼으로 한정하는데, 91년생인 장남은 청약 이전인 2023년 12월 이미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로 드러난 바 있다.
더욱이 장남은 결혼 직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하고도 주소 이전 없이 이 후보자 부부 아래 세대원으로 전입된 상태를 이어갔다. 부양가족에 포함되려면 실거주가 필수인 만큼 부모와 주민등록등본상 주소를 동일하게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부양가족 1명이 추가되면 청약 가점은 5점 더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의 장남 사례를 두고 주택법상 공급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하는 '위장 미혼'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만점자에 밀려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에는 떨어졌지만, 장남의 위장 미혼으로 가점을 부풀린 덕에 2개월쯤 뒤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는 턱걸이로 당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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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 교수의 청약 점수는 74점으로, 이는 그가 신청한 137A 타입에서 당첨된 최저 가점이었다. 장남의 위장 미혼이 없었다면 청약 점수는 기존보다 5점 내려간 69점으로, 김 교수는 당첨권에 들 수 없었다. 청약 점수 뻥튀기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적발될 경우 △계약 취소 △10년간 청약 자격 제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을 받는다.
이 후보자 부부는 청약 당첨으로 래미안 원펜타스 한 채를 약 37억 원에 분양받았다. 해당 평수의 현재 시세는 9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후보자 부부는 부정청약으로 당첨되기 전에도 위장미혼, 위장전입을 유지한 채 다른 강남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했다"며 "배우자가 신청해서 당첨됐을 뿐이라는 후보자의 말도 안 되는 해명을 국민들께서 계속 들으셔야 하나. 당장 지명 철회하고 형사 입건해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자 측은 이같은 부정 청약 의혹에 "혼인 미신고 및 전입 미신고는 알았지만 성년인 자녀의 자기 결정사항에 부모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 서면 답변에서는 "청약 논란이 제기돼 유감"이라며 "청약은 배우자가 모집 공고문을 보고 그 요건에 따라 신청했다.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이미 고발된 상태라 엄정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