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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백화점에 먹으러 간다"…'멋'에서 '맛'으로 권력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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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를 두 번이나 봤다는 직장인 정상미(35.여)씨는 한국에 '매그놀리아' 컵케이크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인 사라가 늘 먹던 디저트를 뉴욕에서 한 번 맛봤는데 이제 그 맛을 한국에서 느낄 수 있어서다.

강남역 인근에 살고 있는 정씨는 주말에 매그놀리아가 입점한 현대백화점을 가기 위해 판교로 향했다. 오전 10시반,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지하 1층 매그놀리아 매장으로 갔지만 순식간에 줄이 이어졌다. 약 1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먹게 된 바나나푸딩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정씨는 "순전히 매그놀리아 컵케이크를 먹기 위해 판교로 간 것이었고 줄도 길었지만 또 올 것 같다"면서 "백화점에 주로 신상품 옷을 사러 왔었는데 이젠 먹는 것이 백화점에 오게 하는 하나의 큰 이유"라고 말했다.

정씨처럼 최근 맛집에 가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맛집,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인근 백화점에만 가도 전국의 유명한 레스토랑과 디저트 전문점을 즐길 수 있어 백화점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원조와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으니 편리성이 증대된 셈이다.

요즘 가장 맛집의 핵심으로 떠오른 곳은 이태원이나 홍대가 아닌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식품관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세계 유명 브랜드 레스토랑과 디저트 전문점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맛집을 모아놨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식품관'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판교점은 거의 다 맛집 관련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을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맛집을 다녀와서 리뷰를 쓰는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소비자 스스로 백화점 식품관 홍보하는 효과가 상당하다.

백화점 업계는 고급 식품관과 맛집 등의 뛰어난 집객 효과 때문에 이 같은 현상에 반색한다. 식품관 매출 증대에 한 번 웃음 짓고, 이곳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다른 물품까지 구매하면서 '분수 효과(지하나 1층 등 낮은 층을 방문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높은 층도 들러 백화점 전체 매출이 증대되는 것)'를 거둘 수 있어 더 활짝 웃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식품관 델리 매출 신장률은 2012년 4.1%, 2013년 15.3%, 2014년 16.7%, 2015년 상반기 16.2%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매그놀리아의 매출은 오픈 2주 만에 2억 6천만원을 넘어섰다. 이 매출은 패션 등을 포함해 현대백화점 전체 매장을 통틀어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연말 본점 꼭대기 층에 고급레스토랑 콘셉트의 그래머시홀을 열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그래머시홀이 문을 연 올해 1월 이후 본점 전체 매출은 5.2%, 명품 매출도 5.7%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맛집 유치가 백화점 매출 증대로 이어지자 연달아 영등포점 식당가를 강남과 홍대의 트렌디한 맛집이 어우러진 식당가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과거 백화점의 핵심은 '패션'이었다. 식당가는 쇼핑을 다 한 뒤 식사를 하는 부수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는 맛집을 찾아 왔다가 소화를 위해 다른 매장을 둘러보거나 쇼핑을 즐기는 것이 대세가 됐다. 백화점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요인이 '멋'이 아닌 '맛'으로,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식품관이나 맛집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새롭고 맛있는 것을 찾는 백화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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