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지난 5월 서울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학급 담당 여교사가 학생이 휘두른 조리용 칼에 찔려 크게 다쳤다.
분노조절장애와 자폐를 앓던 A군이 실습 도중 갑자기 난동을 부린 것.
이후 A군이 광진구의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던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 B군도 교실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유급을 당하자, 자퇴를 하고 종적을 감췄다.
ADHD는 폭력적 성향이 강한 정신 질환이지만 학교는 B군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정신'장애'는 배려받고, 정신'질환'은 내치나?분노조절장애와 ADHD는 '장애'가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분류돼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가진 학생은 학교에서 특수교육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정신분열과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단순 정신질환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내 상담 교사가 폭력 성향의 아이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서울시 초중고 전체 학교 1천 300개에 전문 상담 교사는 모두 760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필요한 경우의 상담뿐으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분노조절장애 등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특별하게 돌보는 학내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학생 병력 공유해 돌발 상황부터 대비해야"다녔던 학교에서 부탄가스 통을 폭발시킨 이군도 중학교 두 곳을 거쳐 대안학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우울증과 학교 생활 부적응을 호소했음에도 학교로부터 치료 권유를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정신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특별한 조치 없이 '방치'됐다가 이군의 경우처럼 사고가 나면 '전학'이나 '자퇴'로 마무리되는 게 현실.
전문가들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려 하기보다는,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상태를 공유해가며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소년 폭력예방재단 최희영 분쟁조정팀장은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의 병력을 공개하면 타깃이 될까봐 감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정신과 질환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만큼 보호자가 학교 현장에 아이의 상태를 알리고 돌발 상황을 미리 막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을 앓는 학생들도 학교라는 틀 안에서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