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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일기]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신용불량될까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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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하며 8년간 중국어와 '열애', 귀국한 뒤에는 생계걱정… 유민주 씨 편

 

유학을 다녀왔다면 대부분은 그렇게 본다. 부모 잘 만나 남들 못한 사치스런 고생했다고. 유민주씨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장짜리 이력서만 보면 그런줄 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다.

시장통에서 가게를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유씨는 대학에 진학한 뒤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만 했다.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한 오빠에 대한 의리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왠지 죄악 같았다. 전문대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학비는 학자금대출을 끌어다 썼다. 그 때까지만 해도 2년만 공부하고 취업하려 했다.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백화점, 편의점, 번역 등 별의별 알바를 섭렵했다.

하지만 전공으로 선택한 중국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래서 눈을 딱 감고 4년제에 편입했다. 꿈에 그리던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1년을 보내고 오니 욕심은 더 커져있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까지 학자금대출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발견한 석사과정 중국 국비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2012년 9월 그녀는 드디어 중국 길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아무리 전액 장학금을 받는 유학생이었다지만 생활비까지 온전히 현지에서 조달하며 고단한 석사과정을 밟기란 쉽지 않았다. 그 때 이미 머리가 샜다.

박사까지도 생각해봤지만 거기서 멈췄다. '중국문학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생계 앞에서 박사학위는 허울뿐이다'는 교수들과 주변인들의 충고도 있었고, 그렇게 책에만 파묻혀 지내다가는 세상과 단절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올해 6월에 귀국한 뒤 지금은 혹독한 유학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남들 보다 3년이 더 '늙은' 나이는 취업의 문을 더 좁게 만들어놨다. 이자까지 불어난 학자금대출 역시 취업 기회를 위협하고 있다. 엊그제도 대출금 상환 독촉전화를 받았다. 법적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그들의 말에 오금이 저렸다. 주변의 신용불량자 이야기가 결코 남의 말로 들리지 않는다.

세상은 그녀에게 두 얼굴로 다가온다. 뜻대로 길을 걸을 수 있는 만만한 세상, 그렇지만 그 길 끝에는 낭떠러지가 기다릴 수도 있는 엄혹한 세상. 그러나 엄혹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중국어는 자신에게 하얀 날개가 돼 줄 것으로 믿는다.

민주씨는 지금 중국어 전문 외사 경찰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이 빚진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 돌이켜 보면 또 운명 같기도 하다. 대학 2학년 때 어머니 가게 앞에서 한 중국인 여성과 우리나라 남성 간에 시비가 벌어져 경찰관까지 출동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민주씨의 통역으로 두 사람 간에 오해가 풀려 사건이 잘 해결됐다. 그것이 인연이 돼 민주씨는 그 중국 여성을 언니처럼 따랐다. 그녀는 어쩌면 지금의 민주씨로 이끈 장본인인지 모른다.

민주씨의 어머니는 요새 가게 일을 보다가도 지나가는 경찰관이 있으면 붙들고 외사 경찰관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뜻대로 길을 걸어왔던 민주씨는 과연 두 번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태권도 공인 4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녀린 목소리로 녹음된 민주씨의 한달치 취준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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