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해외자원개발 최대 실패작인 캐나다 업체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한 성공보수 과다지급 의혹 사건에 대해 피의자들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부채도 돈을 주고 매입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거래금액 뿐아니라 부채금액까지 성공보수 지급 산정기준에 포함시킨 석유공사와 자문사인 메릴린치 관계자에 면죄부를 주면서 피의자의 주장을 여과없이 채택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CBS노컷뉴스가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불기소 이유 통지서'를 통해 확인됐다.
◇ 성공보수와 부채금액이 무슨 상관이길래
해외 기업·광구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대해 자문해 준 메릴린치가 하베스트 인수 성공 대가로 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성공보수는 768만 달러(약 84억원)이다.
문제는 여기에는 주식인수 대금 18억 3,000만 달러(캐나다) 외에 부채 21억 5,000만 달러까지 거래가액으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메릴린치가 260만 달러(약 28억 원)의 부당 이득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관련자들은 배임과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피고발인 명단에는 서문규 전 석유공사 부사장, 안은성 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 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형찬 씨도 포함됐다.
형찬씨는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석유공사에 대한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피의자 주장만 받아 들인 '부실수사'석유공사는 주식거래 계약을 통해 하베스트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47%를 많이 쳐주고 매입했다. 지난 2009년 12월 22일 모두 18억 3,000만달러를 송금하며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지난달 27일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핵심 쟁점이었던 부채를 거래가액에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부채도 대가를 지불하고 매입한다'는 식의 논리를 받아들이며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거래가액에 대해 "석유공사가 지불한 금액 외에 인수대상의 유가증권이나 자산의 지분 취득과 직접 연관돼 지불한 가치를 의미한다"는 계약조건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기에서 '부채'까지 거래가액에 해당한다는 의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거래가액을 '지불한 금액', '지불한 가치' 등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부채도 거래가액으로 간주하면 부채를 매입하기 위해 석유공사가 돈을 지불했다는 상식밖의 얘기가 성립된다.
즉, 부채는 회사 재무건정성에 나쁜 영향을 주는데 석유공사는 따로 대가를 치르고 매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하베스트 부채가 많으면 많을수록 메릴린치는 더 큰 돈을 벌게 된다. 메릴린치 입장에선 석유공사로 하여금 부실회사를 사게 하면 대가가 많아지는 셈이다.
김제남 의원은 "말하자면, 아파트 가격이 1억원인데 이 아파트에 담보대출이 5,000만원이 있다고 복비를 1억 5,000만원을 기준으로 받아 간 것"이라며 "검찰은 메릴린치의 이러한 말도 안되는 계산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기소처분했다"고 비판했다.
◇ MB집사 아들 면죄부…허위자료도 '석유공사만의 잘못'검찰은 형찬 씨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피고인 뿐 아니라 석유공사와 메릴린치 관계자의 진술에 의존했다는 점도 '부실수사' 의혹을 낳고 있다.
형찬씨가 하베스트 인수 관련 팀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인정됐지만, 안은성 지점장은 "후보 인력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메릴린치 직원인 정모씨와 석유공사 직원인 김모씨의 말을 듣고 형찬씨와 하베스트 인수건은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증언한 두 사람은 사실 하베스트 인수와 직접 관련있는 사람인데 이들 주장만 검찰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은 또 하베스트 인수건은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아닌 휴스턴팀(본사)에서 전담했다고 밝혔고, 이 역시 그대로 수용됐다.
하지만 성공보수를 요구한 것은 본사가 아닌 서울지점이라는 점은 이런 주장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불기소처분통지서에서 이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