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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하베스트 자문사, 석유公 3조원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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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문성 평가 1위 TD사 탈락"...하베스트 측 자문사로 넘어가 협상서 밀려

자료사진

 

석유공사의 하베스트(캐나다 에너지업체) 인수 자문사 선정과정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한 회사가 결국 인수 대상자인 하베스트 측의 자문사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이 회사는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낸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날'(NARL)을 끼워파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까지도 비싸게 사 총 3조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12일 CBS노컷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하베스트 지주회사는 2009년 석유공사에 하베스트를 매각하기 직전 캐나다의 TD시큐리티스사(이하 TD사)와 매각 자문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애초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자문사로 유력했지만 결국 탈락한 회사라는 점이다.

TD사는 2009년 3월11일 석유공사의 자문사 선정과정에서 입찰해 1차 평가 계량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TD사는 10점 만점에 9.77점을 받았고 메릴린치는 5.43에 그쳐 모건스탠리와 함께 공동5위였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비계량 평가(40점 만점)에서 메릴린치는 35.44점으로 1위를 해 석유공사 주자문사로 선정됐다. 계량점수에서 1위를 한 TD사는 이부분에서는 30.19점으로 9위에 머물러 탈락했다.

비계량 평가는 △인수 후보기업 선정 및 평가의 적정성 △인수 전략 및 자문계획의 적정성 △자금 조달 전략의 적정성 및 실행성 △자문사의 자금조달 능력 등을 항목으로 했다.

인수와 재매각과정에서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낸 자회사 날을 사들이게 된 사건은 이런 자문사 선정이 발단이 됐다.

석유공사에서 하베스트 측으로 넘어간 TD사가 2009년 10월14일 하베스트 이사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상류부분(하베스트) 매각은 분명히 프리미엄이 있지만 투자자들이 조정되면서 남는 정유사업(날)에 대해 단기적으로 위험이 발생할수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프리미엄'을 언급한 것은 하베스트 매각을 적지 않은 수익을 낸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TD사는 그러면서도 날을 빼고 하베스트만 단독 매각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또 "상류매각으로 하류부분에도 장기적으로 공정이 개선되고 설비확장의 기회가 될수 있지만, 일정수준의 부채상태를 유지할 것이냐, 기업합병을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하베스트만 팔고 자회사인 날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애초 하베스트 지주회사는 TD사가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그날 하베스트만 매각하는 계약을 석유공사와 맺으려 했었다.

이 때문에 하베스트 측이 갑자기 '날'도 함께 사지 않으면 계약을 맺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꾼 데에는 이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는 또 하베스트 매각에 대해서도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시장가격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매각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의견을 냈다.

TD사가 이런 조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석유공사 자문사에도 입찰한 경험이 있어 석유공사 내부 정보에 밝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상류부분 매각은 인수가격이나 관리비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석유공사는 매수동기가 확실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매수자인 석유공사가 적극적이어서 매도자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권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 실적을 올리도록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탓에 석유공사가 '묻지마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TD사는 간파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베스트는 결국 두 회사를 4조5000억원에 파는데 성공했다.

반면, 날 뿐 아니라 하베스트 매입 가격도 매장량 과대 산정으로 1조3000억원 거품이 낀 것으로 드러나 석유공사는 3조원 이상의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하베스트에게 유리한 자문을 해준 TD사와 달리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에게 하베스트의 자산가치를 부풀리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80억원을 챙겨 '먹튀'논란이 일었다.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뿐 아니라 영국 다나사, 미국 이클포드사와 앵커사 등 다른 대형 M&A를 성사시켜 총 248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하나같이 이렇다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김백준 총무비서관 아들인 김형찬 씨가 지점장으로 근무한 곳이어서 자원외교와 관련해 뒷거래 의혹이 일었다.

이런 이유로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하고 자문료만 챙긴 메릴린치가 석유공사 주자문사로 선정된 과정은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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