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노약자는 오를 수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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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오체투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여전히 신경전이 치열하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역 경제적 관점에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환경단체들은 설악산의 환경과 산양 서식지를 파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반대에 부닥쳐 오색~대청봉(1,708.1m)까지의 케이블카 설치를 접고, 오색~끝청(1,480m)까지의 4.5km 변경 노선으로 신청서를 냈고 국립공원관리위원회가 곧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환경단체들은 오색~끝청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도 강하게 반대하며 '민족의 영산'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가난한 자치구(양양군)가 케이블카라도 설치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야 가상하기도하고 환경단체들의 반대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경제적 이득과 환경문제 야기라는 상충되는 관점을 바꿔 설악산을 오르고 싶은 국민 모두의 입장, 특히 노약자의 처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설악산은 험준하기로 유명해 웬만한 등산객들 아니면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산이다. 지리산만 해도 전남 구례와 남원의 접점인 성삼재까지 버스를 통해 올라간 뒤 노고단을 걸어서 오를 수 있다. 오르막길이기는 하지만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 평지를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는 분이면 누구나 노고단의 운해와 원추리를 비롯한 야생화 군락에 취할 수도 있고, 저 멀리 천왕봉을 조망할 수도 있다.

설악산 1275봉 오르는 길 (자료사진)

 

반면에 남한 땅 최고인 설악산의 비경은 등산을 취미 삼는 젊은이들 아니고선 그 절경을 볼 수가 없는 산이다. 험준하기도 하고 곳곳을 막는 바람에 누구나 설악산의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웅장함을 맛볼 수 없다. 겨우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비선대까지 갔다 오는 게 전부다. 그 정도의 산행으로선 설악산을 5%도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왜 등산가들만 설악산을 즐겨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설악산의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걷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 보고 싶은데도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해 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아니 민족의 영산이면 5천만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중국의 등소평이 황산에 오르며 "이 빼어난 경치를 모두가 즐기게 하라"는 지시로 인해 설악산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황산 꼭대기 부근에 케이블카를 만들어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황산을 찾은 한국 분들도 꽤 많다.

어떤 분은 "우리 설악산과 금강산에도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어린이, 어르신 가릴 것 없이 설악의 장관을 볼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했다.

양양군의 돈 벌기 목적과 환경 단체들의 설악산 환경 지킴이 의도와는 별개로 설악산의 대청봉과 공룡능선, 울산바위와 함께 동해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기를 소망하는 국민의 단순한 뜻을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짚어보면 어떨까 한다.

설악산을 많이 찾는 중국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논의해봄직 한데, 우리는 오직 지역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시각차만 존재한다. 특히 강하게 대립한다.

혹자들은 권금성의 케이블카가 있지 않느냐고 대꾸할지 모른다. 그런데 권금성 케이블카를 이용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권금성에서는 설악산의 조망이 아주 별로다. 대청봉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절경 중의 절경인 공룡능선 등도 잘 안 보인다.

끝청까지의 케이블카를 설치해봤자 동해바다와 공룡능선, 설악의 각 봉우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설악산과 각 봉우리들과 기암괴석에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화채봉이 최고 입지가 아닐까 한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대청봉과 중청봉 (자료사진)

 

화채봉(1,320m). 봉우리가 좁은 것이 흠이지만 외설악의 어느 곳 예외 없이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자 내설악 안쪽에 깊숙이 박혀 있는 안산까지도 보인다. 특히 대청봉과 중청봉이 화채봉 바로 위에 위치해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 절경인 공룡능선과 칠형제봉, 범봉, 신선대, 천화대, 마등령, 황철봉, 울산바위에 저 멀리 상봉과 신성봉까지 설악의 속살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동해바다와 속초시, 양양군을 넘어 지평선은 대청봉 못지않다. 공룡능선의 운해와 단풍에 물든 가을 설악 공룡능선과 발밑의 천불동 계곡을 눈으로 뒤질 수 있는 곳도 화채봉이다.

우울증과 조울증 등으로 속이 답답하거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도시인들이 만약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화채봉에 오른다면 스트레스를 일거에 날려버릴 것이다. 산꾼들이 무리하게 산에 오르는 것은 바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광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바다와 어우러진 눈 덮인 겨울 설악의 비경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조망터인 화채봉을 극히 일부인 등산가들의 눈요깃감으로만 남겨둔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관광자원의 낭비인지도 모른다. 화채봉이 입지 여건상 어렵다면 바로 옆에 있는 숙자바위나 전위봉, 칠성봉도 케이블카 설치 장소로 괜찮을 듯하다.

관광자원이 빈약한 한국에서 설악산만한 곳도 드문 만큼 관광 차원에서도 검토해볼 만한 설악산 화채봉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그래서 양양군과 환경단체의 대립이나 국립공원관리위원회에 맡기지 말고 국무총리실에서 다루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의 관점, 시각을 조금만 조정하면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달리 보이는 단계를 넘어 얽키고설킨 사안들도 아주 단순하게 풀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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