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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 요구하다 돈은커녕 구속에 손해배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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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도봉산역 고공시위자에 손해배상 청구키로

 

밀린 공사 대금을 달라며 원청업체인 코레일을 상대로 시위를 벌인 재하청업체 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수천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건설업계 내 갑에 대한 분노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을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서울 도봉산역에서 밀린 공사비 5000만원을 달라며 20미터 철골 구조물에 올라 고공시위를 한 황모(41)에게 최근 코레일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작업에 나섰다.

코레일은 황씨의 시위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의정부와 창동 등 7개역의 피해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왔다.

현재까지 피해액은 약 2500만원으로 추산되는데, 지하철을 타지 못한 승객의 버스 환승 등 변수가 많아 피해액은 더 늘거나 줄 수도 있다는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 "돈 줄 테니 내려오라"..."협상 카드였을 뿐"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씨는 코레일의 하청업체인 A건설사가 도봉산역 역사 공사장의 철거를 맡긴 재하청업체 대표로, 이 무렵 A건설과 작업 계약을 맺고 8900여만원의 공사대금을 선금으로 받았다.

문제는 공사가 예상보다 한달간 길어져 발생한 초과 공사대금 1300만원이었다.

황씨가 A건설사에 추가지급을 요구하자, A건설은 "내년 7월께 설계변경 허가가 날 것 같다"며 "그때 50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7월에도 대금을 받지 못한 황씨는 강하게 항의했고 A건설은 설계 승인이 안 났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600만원만 내줬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황씨는 도봉산역 철골 구조물에 올라 옷을 벗고 밀린 돈을 달라고 소리쳤다.

3시간 동안 고공시위를 벌이면서 아찔한 순간도 여러번 연출됐다는 게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전언이다.

뒤늦게 A건설에서 5000만원을 가져오면서 갈등은 일단락하는 듯했지만, 황씨는 돈은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로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고공 시위를 중단하기 위해 A건설이 협상카드의 하나로 돈뭉치를 보여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 "재하청업체 생존시위, 원청업체 코레일은 배상요구만"

언제 다시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채로 황씨는 구속 수감됐다.

황씨가 자신의 과격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고 A건설사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어도, 지하철 운행을 가로막은 행위는 기차교통방해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승객 운송에 차질을 빚은 코레일의 손해까지 물어내게 된 상황.

코레일 측은 "돈이 없어 시위를 한 분의 딱한 사정을 알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피해가 난 만큼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의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갑질로 돈을 제대로 못받은 재하청업체의 생존 시위를 원청업체인 코레일이 뒷짐만 진 채 피해금액만 집계하는 건 공기업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일선 경찰관도 "재하청업체 대표가 권리를 찾는 과정에서 이성을 잃고 과격하게 행동하면서 결국 처벌을 받게 됐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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