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길게 허리숙인 사과, 답변엔 강약 조절한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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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듯 바로 사과문 읽지 못하고 머뭇…"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 롯데와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단상 옆에서 약 5초간 길게 허리를 숙였다. 긴장한 듯 바로 준비한 사과문을 읽지 못하고 머뭇하며 숨을 들이쉬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입을 뗀 신 회장은 다시 한번 단상 옆으로 나가 깊이, 그리고 길게 허리를 숙였다.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린 소공동 롯데호텔 기자회견장은 신 회장이 고개를 들 때마다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찼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계획과 연말까지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겠다는 약속,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전향적 조치들은 준비한 원고대로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한국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메시지,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L 투자회사에 대한 해명 역시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지만 틀린 부분을 고쳐 가며 열심히 읽어갔다.

질의응답 부문은 당초 예정에 없었음에도 질문한 기자를 응시하며 침착히 대답했다. 원론적 답변에 가까웠지만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등 강약을 조절하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과문만 발표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자회견 전 급하게 질문사항을 정리해 올렸는데, 현장에서 회장님이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장남의 편에 선 것으로 보이는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을 묻는 질문에 신 회장은 "저는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다"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표정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사실상 동문서답, 더 정확히는 답변을 피한 것이다. 골육상쟁으로 비화된 가족 간 분쟁과는 선을 긋고 그룹의 리더이자 경영자에 모든 행보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약 20분간 사과문 발표부터 질의응답까지 모두 마친 신 회장은 예의 길게 허리 숙이는 인사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지난 3일 신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처럼 기자들이 따라나가고, 그래서 격투씬을 방불케 하는 취재진 간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장 취재진 사이에서는 신 회장이 기존보다 진전된 내용을 사과문에 담고 질의응답에도 원고도 없이 나름대로 성실히 임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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