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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트럼프 인기, 보수 백인들의 절망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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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언 논란 트럼프 인기, 아직 현재 진행형
- 미국의 좌클릭 속 보수 백인층의 분노 표출
- 기존 정치 불신, 거침없는 '막말' 호소력으로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임미현 (CBS 워싱턴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인 열전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최대 관심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서도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있다며 ‘미쳤다’고 까지 했었죠. 그런데 이렇게 무례한 막말을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중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워싱턴 연결하겠습니다. 임미현 특파원!

◆ 임미현> 네, 임미현입니다.

◇ 박재홍>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네요. 여전히 1위죠?

◆ 임미현> 그렇습니다. 이곳 시간으로 어제 공개된 온라인 여론조사(NBC뉴스와 서베이몽키닷컴) 결과에서 트럼프는 23%의 지지율로 1위를 지켰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주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이 끝난 뒤에 실시됐기 때문에 노골적인 여성 비하 논란이 반영된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를 했습니다. TV토론의 승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칼리 피오리나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나름 토론을 잘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오늘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더 올라가는 모습을 나타냈는데요. 모닝컨설턴트가 7일부터 사흘간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2%를 기록했습니다. 토론회를 거치면서 꺽일 줄 알았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면서 트럼프 돌풍이 언제까지 갈지 정말 주목됩니다.

 


◇ 박재홍>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굉장히 뭐랄까요. 신기한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막말 발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몇 가지 논란을 한번 짚어볼까요.

◆ 임미현> 유쾌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됐던 3가지 발언을 추려보겠습니다. 우선 멕시코 이민자 발언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해서 히스패닉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두 번째는 전쟁 영웅 폄훼 발언입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사람들이 매케인을 전쟁 영웅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을 좋아 한다”면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포로 생활을 했고 전쟁 영웅으로 받들어지는 인물인데요. 이렇게 인신공격에 나선 것은 자신의 멕시코 불법이민자 발언을 매케인 의원이 비판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비하 발언입니다. 지난주 TV토론에서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매긴 켈리는 송곳 질문으로 트럼프의 허를 찔러 토론회 최고 승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트럼프는 켈리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방송 인터뷰에서 불만을 나타내면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켈리가 여성의 생리 현상으로 예민해져 토론에서 자신을 괴롭혔다는 말인데 여성 비하 발언의 결정판이 됐습니다.

◇ 박재홍> 여성비하는 물론이고 멕시코 이민자 관련해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파문이 굉장히 컸었는데. 이같이 어떤 막말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단 말이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임미현>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훌쩍 넘어선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놓고 트럼프 현상, 트럼프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언론은 그 이유를 기존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실, 막말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높은 게 아니라 바로 ‘막말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정치인들과는 달리 앞뒤 살피지 않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모습에 끌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로서 기성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박재홍> 아무리 기존 정치인에게 실망을 했다 할지라도 뭐랄까요. 상대에게 무례하고 또 막말발언을 하는 후보에게 지지가 높다 이해가 안 가는데요. 미국 보수층의 선택이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 임미현> 그렇습니다. 현재 지지율은 미국 국민 전체가 아니라 공화당 유권자들로부터 받는 지지율 입니다. 공화당은 백인중심, 기존 질서를 고수하는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보수 세력은 공화당의 워싱턴 중앙정치에 불만이 가득해 터지기 직전의 상탭니다. 보수층이 추구해오던 전통적 가치, 그리고 힘 센 미국은 온 데 간 데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사회는 오바마 케어와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 개혁, 동성결혼 합헌 결정 등 진보 성향으로 움직이는, ‘좌클릭’ 현상이 강합니다. 대외정책의 성과도 쿠바와의 수교, 이란 핵협상 등 보수 세력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사안들로 가득합니다. 인구학적으로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의 이민이 늘면서 백인 인구 비중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보수적 백인 남성 계층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나타난 트럼프가 그들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거칠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대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회적으로 진보 흐름이 강해지면서 미국 내 보수 세력은 보다 더 강경 보수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최근 미국의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정책에 화가 난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긁어모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러한 트럼프의 돌풍, 지지세는 계속될 거라고 보시나요?

◆ 임미현>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동안 미국 언론이나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를 ‘여름날 소나기’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반짝 인기 뒤 곧바로 수그러들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 문제나 군인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서 전쟁 영웅 폄훼 발언은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막말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두 빗나갔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파장도 좀더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이 폭스뉴스인 만큼 폭스뉴스와 싸워 이길 순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만약 트럼프가 본선에 나갈 경우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이번 여성 비하 발언과 트럼프의 태도는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당장은 화가나 있는 공화당 유권자들도 ‘본선 경쟁력’을 감안해 판단을 달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경선 불복 시사 발언과 천박한 언사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어 트럼프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트럼프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트럼프 돌풍은 반짝 불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국 대선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11월 8일, 그러니까 앞으로 1년 3개월이 더 남아 있습니다. 양당 후보 지명은 내년 7월이니까 11개월 이상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욕구가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이벤트인데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막말과 구설을 극복하고 미국민의 변화 의지를 한데 결집시키는 정치인으로 성공할지는 아직은 지켜볼 일입니다.

◇ 박재홍> 임미현 특파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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