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야구장 (사진=경실련 제공)
사실상 폐허로 방치되고 있는 천안야구장이 국내 감정평가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토지 매입비만 540억 원이 투입된 시립야구장이 잡초만 무성한 채 흉물로 방치되면서 애초 토지 감정평가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단초가 됐다.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은 처음부터 타당성 조사가 잘못됐다며 야구장 부지를 감정평가한 감정평가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정당한 평가가 이뤄졌다며 오히려 한국감정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 780억 투입된 '천안야구장'…잡초만 무성 천안시는 7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남구 삼용동 일대 13만 5,432㎡부지에 성인야구장 4면과 리틀야구장 1면을 설치하고 지난 2013년 임시 개장했다.
하지만, 관리 부실로 잡초가 무성하고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해 야구장으로써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사실상 폐허로 방치되고 있다.
논란은 이런 야구장에 토지보상비로 540억 원이 책정됐다는 것이다. 평당 평균 보상비가 131만 7,000원에 달한다.
천안시의회는 이에 대해, 천안시가 지난 2005년 야구장 조성부지로 지정해 놓고 2008년 12월 1일자로 자연녹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땅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시의회는 천안야구장 토지보상가 책정에 참여한 9개 감정평가사에 대해 타당성조사를 해 줄 것을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의뢰했다.
◇ 한국감정원 "부적정" vs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잘못없다"국토부는 천안야구장 보상평가와 관련해 감정평가사들의 결정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업무를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에 맡겼다.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은 타당성조사 기초조사를 통해 감정평가사들의 평가가 '부적정'했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지난 7일 '감정평가사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런데 징계위원회는 한국감정원의 '부적정' 의견과 달리, 감정평가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불문'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원회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비교사례 선정과 토지특성 비교 등 법령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징계할 만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감정원과 국토부는 토지감정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최종 결정자인 징계위원회가 불문 결정을 내린 만큼, 천안야구장의 토지보상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한국감정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기초조사 결과로 인해 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저하 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기초조사 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불공정한 타당성조사 기초조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 힐' 임대아파트의 감정평가 논란을 두고 하는 얘기다.
당시,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의 '부적정' 의견을 바탕으로 해당 감정평가사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렸지만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업무정지처분 취소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