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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유턴, 정부로 직진…대법원 권력에 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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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저울과 칼, 그리고 눈③]천거 단계부터 대법관 구성 다양화해야

법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 저울, 한 손에 칼을 든 채 두 눈이 가려져 있다. 사법 정의가 계급, 지위, 신분, 연고 등을 바라보지 말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치권력, 시장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뒤 대법원의 공정성은 의심받고 있다.[편집자 주]

대법원 (자료사진)

 

대법원은 지난 14일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천거된 이들 가운데 검증에 동의한 2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법원이 최초로 대법관 임명절차 도중에 심사대상자 명단을 전격 공개한 속사정은 뭘까?

◇ '안된다'던 명단, 왜 스스로 공개 했나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그동안 불거져온 내정자설과 부실 검증 논란, 청문회로 인한 장기 공백 사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명단 공개 배경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지금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대폭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후보 명단 공개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 때만 해도 대법원은 명단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후보들의 명단 공개에 반대 의견을 보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된다는 이유였는데 법원행정처 강형주 차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완강했다.

그런데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이날 회의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법사위원들이 취지에 공감하면서 사법부가 한 달도 안 돼 입장을 급선회, 명단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 개정안은 명단 공개와 함께 대법관후보추천위원 정원을 10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선임대법관과 현직 법관을 위원에서 빼는 대신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않은 민간위원을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며, 그 중 2명은 여성으로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해 대법원장의 입김보다는 민간의 시각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결국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크게 줄이는 법안 개정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자 기존 입장을 접고 후보자 명단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일종의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서의원은 이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천거된 27명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인데다 ‘50대-남성-서울대 법대’라는 기존의 ‘대법관 임명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있다.

하급심의 전향적 판결을 뒤엎은 대법원의 잇단 노동 분야 판결, 과거사 역주행 등 대법관들의 편향된 인적 구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은데도 공염불에 그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원세훈 전 국장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파기환송과 관련해 소수의견 하나 나오지 않은 전원합의체의 판단 등도 도마에 올랐다.

서강대 이호중 교수는 "대법관 추천위원회에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관을 다양할 필요가 있다"며 "엘리트 법관 출신들만으로 구성된 대법원으로는 폐쇄적인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쏠린 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사실상 인사권 행사?

대법원의 인적 구성 문제를 떠나 일선 법원의 독립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박병대 처장 산하 법원행정처의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사법부는 독립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법관에게는 '승진'의 개념이 없으며, 대법원이라도 일선 판사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사무분담을 할 때 몇몇 배석 판사들을 이른바 '엘리트 코스'로 배치해 승진 개념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열린 배석 판사회의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사무분담이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는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와 내부적으로 격론이 일기도 했다.

일부 소수 단독 판사의 기수가 배석 판사보다 더 낮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포함해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는 형사부, 파산부에 특정인이 집중 배당되는 문제에 불만을 품은 판사들이 많았다.

이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다"고 밝혀 재판의 지침을 주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그립감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선에서도 느끼고 있고 실제 불만을 표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 측면에서 크게 걱정할 일이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요즘은 법원이 검찰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법원행정처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오히려 검찰보다 더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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