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청소년들의 '일탈의 장'이 된 대전지역의 한 교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위기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안일한 관계기관 대응의 현주소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다.
승찬(가명·17)이는 올해 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이끌려 대전 유성구의 한 교회를 찾았다.
친구는 "가서 1시간 동안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고, 실제 예배가 끝나자 1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만원씩 준다는데 안 가는 것도 이상하고, 교회를 가고 싶어서 간다기보다는 다들 용돈 벌이하러 오는 것 같았어요."
승찬이는 "유성구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라며 "이 교회에 오는 사람들은 다 청소년이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안 다니는 아이들이 반반씩 있다"고 말했다.
승찬이와 같은 청소년들이 매주 60~70명, 많게는 100여명씩 그곳에 모여들었다.
해당 교회 목사는 "점심을 줄 수 없어 대신 점심값으로 준 것"이라며 "나도 어린 시절 힘들었기 때문에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한 달에 500만원 가량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몰리면서 문제가 잇따랐다.
여느 때처럼 교회에서 1만원을 받은 형수(가명·16)는 교회 문을 나서자마자 한무리의 청소년들에게 돈을 빼앗겼다.
형수는 "돈을 받는다는 걸 아니까, 돈을 빼앗긴 경우가 나 말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교회에서 돈을 받은 뒤 삼삼오오 PC방이나 노래방으로 향하거나 일부는 모텔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아이들은 말했다.
지난 1월에는 교회에서 받은 돈으로 일탈행위를 하던 청소년들 사이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 된 셈이지만, 교회 측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서도 이런 문제들은 외면했다.
해당 교회는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청소년들에게 돈을 주는 일을 중단했다 다시 주길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이 해를 넘겨 이어지는 동안 대전시와 시교육청은 파악조차 못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실태를 확인한 뒤 각 학교에 전달해 학생들에게 주의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 관련 업무를 하는 대전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고, 교회에서 돈을 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도 "파악해보겠다"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 문제 해결과 사회안전망 구축 의무가 있는 이들 기관들이 뒷짐만 지는 것을 두고 법과 제도가 아닌 무관심이 근본 문제라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대전시와 교육청,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청소년 상담·보호·교육을 위한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갖추고 있지만 정보 공유에서조차 허점을 드러냈다.
여성가족부는 지역사회 위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투자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교회에서 벌어진 일들에서 확인된 것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아이들과 무심한 어른들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