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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공무원 수십명이 세무사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각종 세금감면 청탁과 함께 수백~수천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세무 당국이 '검은 돈'을 받고 수년간 납세 질서를 훼손한 것이어서 정당하게 세금을 내온 일반 국민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김태현 대장)는 세무조사 편의를 제공하고 조사범위를 축소해주는 대가로 세무사 신모(42·남·구속)씨로부터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국세청 공무원 10명을 입건하고 31명을 징계 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소속 사무관 이모(58·남)씨는 2013년 8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자영업자 장모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했다.
이씨는 구속된 신씨로부터 "세무조사 소명자료를 이견 없이 수용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회에 걸쳐 총 2264만원 상당의 현금과 향응을 수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소속 또 다른 사무관 이모(49·남)씨는 201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소 친분이 있던 신씨의 부탁을 받고 신씨가 수임한 세무조사 건의 담당공무원을 알려줬다.
이 대가로 이씨는 신씨로부터 11회에 걸쳐 총 2512만원 상당의 현금과 향응을 받았다.
이씨는 혹시나 모를 자금추적에 대비해 알선 대가로 현금 대신 한벌에 200-300만원 짜리 고가양복을 세차례나 받거나, 양복점 사장 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현금을 전달받는 교묘함까지 보였다.
경찰은 두 사무관 말고도 신씨로부터 수백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국세청 공무원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상대적으로 액수가 적은 31명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징계를 통보했다.
신씨가 이들 세무공무원에게 전달한 뇌물액수만 1억 4000여만원에 달하고 뇌물을 준 기간도 7년 가까이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장시간 수십명의 세무공무원들에게 검은 돈이 전달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문제되지 않은 것.
앞서 경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지역 성형외과가 무면허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성형수술을 하고, 국세청에 로비해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성형외과 세무업무를 대리하던 신씨가 탈세를 위해 국세청에 전방위적으로 로비한 세무공무원 명단을 확보해, 올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과 강남세무서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해당 성형외과 역시 현금 45억원을 매출누락하는 수법으로 누진세 포함 세금 30여억원을 탈세했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씨의 로비 덕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올해 2월 알선수재 혐의로 신씨를 구속한 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해당 성형외과 의사과 상담실장 등 1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태현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지금까지 개별 세무공무원의 비리는 적발된 적이 있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많은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며 "비슷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