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직장인에게 5월이 잔인한 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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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어디로 여행을 갈 건지, 무슨 선물을 사줄 건지, 아이들의 성화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 박재홍> 맞습니다.

◆ 김성완> 하지만 직장인들의 현실은 제가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녹록치가 않습니다. 직장인에게 5월이 잔인한 달인 이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희 집 어린이도 벌써 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김성완 씨도 마찬가지죠? (웃음)

◆ 김성완> (웃음) 마찬가지입니다.

◇ 박재홍> 올해 정부가 5월에 관광기간이라고 해서 학교들이 단기방학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느 해보다 직장인이나 부모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런 말도 나오고 있는데.

◆ 김성완> 왜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은 학교 방학이어서 좋을 지 모르겠지만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관광주간 인식 조사를 하면, 직장인인 우리도 방학을 주든가 관광주간 한다고 해가지고 괜히 부담만 키우냐, 이런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정부가 5월 1일부터 14일까지 관광주간을 지정을 해서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할인해 준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다 쉴 수 있어야 갈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의 성화에 하루, 이틀 짬내서 간다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 여행지가 전쟁터가 되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짜증만 내다가 돌아올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박재홍> 사실 직장에서는 5월이라고 해서 특별히 휴가를 더 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 김성완> 꽃놀이도 꽃이 피어야 꽃놀이를 하든가 말든가 하지 않겠습니까? 5월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휴가도 갈 수 있어야 놀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에 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가 20대에서 40대 사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10명 중에 7명이 지난해 유급휴가를 열흘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휴가를 4일에서 6일 정도 사용한 직장인이 10명 중 3명으로 가장 많았고 1일에서 3일 정도 사용한 직장인이 10명중 2명꼴. 휴가를 단 하루도 사용하지 못한 직장인이 1명. 7일 정도 사용한 직장인은 겨우 1명. 이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왜 그러느냐. 그것도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 것 같습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직장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서라고 대답을 했고요. 휴가 다녀온 뒤에 처리할 업무가 너무 많아서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도 있었고. 휴가비 부담이 너무 커서,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법정 휴일인 노동절에 쉬는 직장인도 절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노동자인데 노동절에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 될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관광주간을 지정하면 뭐하겠습니까? 사실 그림의 떡이죠.

◇ 박재홍> 사실 휴가가 있어도 인원이 없으니까, 본인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해야 되니까 휴가를 못가는게 현실이죠.

◆ 김성완> 그렇죠, 맞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정부나 재계는 툭하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휴가일수가 많다고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직장인들은 현실이 그렇지 않고요.

◆ 김성완> 그렇죠. 그건 정부에서나 재계에서 그냥 하는 얘기고요. 실제 직장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점점점 노동환경 자체가 안 좋아지고 있잖아요. 비정규직도 많아지고 있고. 그리고 직장 상사 눈치봐야 하는 연봉계약제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사실은 휴가가 있어도 휴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고역인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그 여행사가 매년 똑같은 조사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매년 결과가 비슷해요. 민간 여행사가 조사한 결과니까 신뢰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랑 비교를 해봤더니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거기서 거기예요.

◇ 박재홍> 똑같다, 비슷하다.

◆ 김성완> 이 여행사가 작년 11월에는 전세계 국가들과 비교한 통계를 내놨는데요. 주요 22개국 직장인 7800여 명을 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가 휴가 사용률에서 꼴찌였습니다. 한국이 연간 평균 유급 휴가일수가 15일인데요. 실제 사용한 휴가는 7일 정도밖에 안 됩니다.

◇ 박재홍> 딱 반.

◆ 김성완> 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일본이 한 열흘 정도. 멕시코가 12일, 이탈리아와 싱가포르 미국이 한 14일 정도고요. 아랍에미리트나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거의 한 달이에요, 휴가가. 그냥 한 달 동안 쉬러 갔다오는 겁니다.

◇ 박재홍> 부럽네요.

◆ 김성완> 우리나라보다 한 3, 4배 정도 긴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요. 이렇게 휴가 안 가고 열심히 일하면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올라갈까? 사실 그것도 아닌데. 네덜란드가 우리나라보다 한 달 정도 더 길게 휴가를 갔다오는데요. 우리보다 훨씬 적게 일하면서도 시간당 생산성은 네덜란드가 약 60달러고 우리나라가 45달러 수준입니다. 많이 쉬어야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런 얘기가 될 수 있겠죠.

◇ 박재홍> 엉덩이 오래 붙인다고 일 많이 하는 게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고시공부도 아니고.

◆ 김성완> (웃음) 회사 갔다가 밥 먹으러 한 번 갔다오면 그냥 몇 시간 지나가 버리는 이런 경우도 굉장히 많죠.

◇ 박재홍> 휴가도 휴가지만 경제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선뜻 휴가를 떠날 수 없는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 김성완> (웃음) 정말 말씀 잘 하셨습니다. 제가 입이 근질거렸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어제 OECD가 ‘2015 임금과세’라는 보고서를 발간을 했는데. OECD 34개 국가 중에서 실제로 임금이 줄어든 6개 국가가 있었습니다. 그 6개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이 됐어요. 한국 노동자의 지난해 세전 평균 임금이 3978만원인데요. 재작년에 비해서 명목상으로는 한 1.1%가 늘어났지만 물가상승률이 1.4%였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임금은 오히려 0.3%가 감소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휴가도 못 가고 야근까지 해도 지갑은 더 얇아졌다, 이런 얘기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휴가 떠나기 눈치 보이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 박재홍> 우울한 얘기만 하시다가 더 우울하게 무슨 얘기인가요, 그건 또.

◆ 김성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때문인데요. 개혁인지 후퇴인지는 모르지만 이 개혁안이 법제화가 되면 아마 지금보다 해고가 훨씬 쉬워지게 되잖아요. 또 탄력 근무제라고 해서 추가수당 없이 연장근로도 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노동계가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직장 상사한테 “저, 휴가 좀 갔다오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하면 뭐라고 할까요? 갑자기 그냥 확 눈총이 날아오면서 타박 듣지 않을까요? 만약에 “휴가 갔다 와.” 이렇게 하는 직장이 있다고 하면 그게 액면 그대로 휴가 갔다오라는 얘기가 되겠습니까?

◇ 박재홍> “영원히 휴가가라.”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고.

◆ 김성완> (웃음) 휴가는 가라, 가는 대신 자리 없어지는 건 책임 안 진다, 이런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가정의 달이든 계절의 여왕이든 5월 얘기를 우리가 많이 해도 실제로는 봄바람 살랑거리는 게 오히려 더 싫은 게 직장인들의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아이는 방학이지만 엄마, 아빠는 일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하는수 없이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려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더 가슴 아픈, 5월의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5월이 더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한테는.

◇ 박재홍> 그렇군요.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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