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어서 고마워!"…사고해역 찾은 유가족 절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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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유가족들이 침몰 위치를 표시한 부표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아들아 사랑해, 내 아들이라서 고마워!"

세월호 참사 1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10시40분쯤.

배를 타고 사고 해역을 찾은 200여 명의 유가족들은, 희생된 아이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애끊는 사랑을 토해냈다.

이날 아침 손이 시려울 정도로 불어대던 바람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듯 잠잠해졌고, 파도도 숙연히 잦아들었다.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앞에 보이는 '세월'이라는 글씨가 써진 노란 부표가 바로 세월호가 침몰한 자리입니다"라고 안내하자 유가족들은 울음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은 미리 준비해 온 국화꽃과 노란 종이배, 아이들이 좋아하던 간식을 바다 위로 건넸고, 이내 검푸른 바다가 집어삼켰다.

한 아버지는 차마 헌화를 하지 못하고 흰 국화꽃 한송이를 주름진 손으로 꼭 쥔 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배가 노란 부표를 천천히 선회하자 이들의 외침은 곧 절규로 변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듯 몸을 배 밖으로 내밀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뱃고동 소리가 3번 울리자 팽목항으로 회항한다는 안내 방송이 전해졌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유가족이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다윤아 많이 사랑해. 다음 생에도 동생으로 태어나 줘!"

실종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와 언니는 작별 인사를 하듯 연신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뱃머리가 팽목항을 향하자 묵묵히 바다를 응시하던 아버지들도 눈물을 삼켰다.

새까맣게 탄 속을 달래려는 듯 연신 담배를 피우던 한 아버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또다른 아버지는 쉰 목소리로 "○○야 아빠 보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아버지는 선미로 자리를 옮겨 배 엔진 소리에 울음 소리를 감추기도 했다.

노란 부표가 아득히 멀어지자, 유가족들은 넋을 잃은 채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고(故) 지상준 학생의 어머니 강지은(46)씨는 "너무 아픈 곳이라 사고 해역은 처음 와 봤다, 내일오면 더 아플까봐 오늘 왔다"며 "아직 떠나보낼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는데 아이가 곁에 없는 것이 실감이 나는 게 너무 힘들다, 이 감정이 뭔지 아직 정리도 안된다"고 눈물을 훔쳤다.

고 김주아 학생의 아버지 김칠선(55)씨는 "봄이 주변에 왔는데 아직 내 마음 속에는 동토에서 싹트지 않은, 피우지 못한 봄꽃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꿈에서라도 만나면 '그동안 너무 사랑을 못해줘서 미안하다, 아빠로서 다시 만나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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